[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국내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올해에도 실물경제 침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은행장들은 2일 각각 신년사를 통해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은행 정상화와 수익률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국내외 소비 시장의 위축으로 실물경제의 침체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는 우리 금융권에도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 속에서 국내에서도 해외 금융시장과 마찬가지로 부실 금융기관들의 퇴출과 이합집산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대다수 기업들이 매출 부진과 자금난을 겪을 것이며, 부실한 기업들이 도산을 하면서 은행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도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신 행장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의 희생을 바라지 말고 자신의 몫을 양보하고 포기하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곳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조직을 날렵하게 조정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내실 다지기'를 올해 경영기치로 내걸었다.
이 행장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는 지속될 것이며 유동성, 건전성, 수익성 모두 가까운 시일 안에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한동안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경영목표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한 내실경영'을 선언했다.
이 행장은 "2009년 우리은행의 경영전략은 '위기극복을 위한 혁신과 실천'이라며 ▲ 유동성 확보 ▲ 수익성 강화 ▲ 자산건전성 확보 ▲ 긴축 경영을 올해 주요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이에 대해 "고객 수신 증대를 통해 예대비율을 개선하고 외화자금 확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제값 주고 제값 받는 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행장은 “경영 여건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침체된 실물경기가 다시 살아나고 기업부실이 정리돼 금융시장이 정상화 되기까지는 국내외적으로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판도가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강 행장은 올해 국민은행은 ‘수익중시와 비용절감 경영’, ‘리스크 관리의 고도화’, ‘고객지향적 영업기반 강화’, ‘시너지 창출 최적화와 금융산업 선도’를 통해 은행 체질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리스크 관리의 고도화’를 위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은행장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시장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윤용로 중소기업은행장은 "올 해 상반기까지 은행 부실 위험이 계속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함께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이 시장에 불안감을 줘서는 안 된다"며 "경제와 금융의 핵심인 은행들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