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난 대선 발생한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 검찰이 사실상 전면적인 재수사를 개시하면서 수사 개입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경찰 ‘윗선’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당시 수사팀에 대한 ‘윗선’의 명시적, 암묵적 지시가 법리상 직권남용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언론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경찰 ‘윗선’으로부터 “(언론에) 한마디라도 더 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16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TV토론이 끝난 직후 서울경찰청이 중간수사를 발표한 뒤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PC 하드디스크 최종 분석 자료를 안 주려고 해 수사팀이 격렬히 항의했다는 말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수사팀이 김씨의 PC분석을 의뢰하면서 제시한 키워드 78개를 서울경찰청이 '박근혜, 문재인,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이라는 단 4개의 단어로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상급청의 정당한 수사지휘냐, 아니면 그를 넘어선 직권남용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경찰 출신 법조인들은 직권남용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 수사라인에서 근무하다가 변호사가 된 한 법조인은 “먼저 권 과장과 서울경찰청 중 누구 말이 맞는지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권 과장 말대로라면 정당한 수사지휘를 넘어선 직권남용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수사지휘가 상급청의 재량 문제와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특정해야겠지만, 통상적으로 현장의 수사팀의 의견과 활동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며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말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예고로 위압감을 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출신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수사지휘는 지휘계통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당시 수서경찰서장을 통해 권 과장에게 전달되는 것이 맞다”면서 “서울청에서 직접 권 과장에게 전화해 수사에 관한 지시를 했다면 정상적인 지휘체계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키워드를 제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사건이 대선과 관련된 사건이고 국정원이라는 국가조직이 연관된 사건으로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직권남용 또는 경찰청법 위반이라 하더라도 범죄성립 여부는 매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시 경찰간부 출신으로 수사라인에 있던 한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경찰출신 변호사들 중에는 서울경찰청 보다는 권 과장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경찰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경찰 출신 변호사도 “경찰 내부에서의 젊은 간부급들 중에서도 권 과장쪽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새로 수사하게 되는 검찰이나 경찰 수사팀이 의지를 갖고 전모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국정원 직원 댓글 사건’, 원세훈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과 함께 대선 당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개입 의혹을 함께 수사하고 있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 수사개입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