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OCI(010060)는 26일 최근 파산한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업체 선텍과 체결한 총 3건, 1조4619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OCI와 중국 선텍이 맺은 6046억원과 4215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 2건은 오는 2016년 12월31일까지, 선텍인터내셔널과 맺은 4359억원 규모 공급계약은 2018년 12월31일까지다.
선텍과 맺은 두 건의 계약금은 OCI가 올린 지난해 매출액의 42.6%, 선텍인터내셔널과 맺은 계약금은 18.1%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OCI는 "계약 상대방의 파산·회생절차 개시로 인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급계약 해지는 1조4619억원에 달하지만, 장기공급계약 금액을 해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계약 당시 미리 받아놓은 선수금은 OCI가 가져간다.
OCI 측은 선수금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400억원에서 최대 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수금은 거래처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인도하거나 공사를 완성하기 전, 그 대가의 일부를 받은 금액을 의미한다. OCI는 미리 수령한 선수금을 선텍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시를 통해 오히려 불확실성을 털어버렸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OCI 입장에선 계약 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것보다 파산을 통해서 확실히 계약이 해지되는 것이 더 낫다고 본 것이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몇년에 걸쳐서 이행될 금액이라 액수가 커 보이지만 계약 이행이 지지부진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정리되는 게 낫다"며 "다만 안정적인 장기 수요처와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시장에서 영업을 통해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텍의 빈자리를 상쇄할 새로운 공급사 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객사의 건전성 여부다. 최근 전세계 태양광 전지의 절반을 공급하는 중국에서 선텍을 신호탄으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LDK마저 쓰러지는 등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공급과잉은 해소되는 국면이다.
그러나 OCI의 고객사 가운데 퇴출 대상 기업이 많아질 경우 실적 회복에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OCI가 생산한 폴리실리콘의 절반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어 태양광 패널뿐만 아니라 폴리실리콘 업체의 구조조정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텍은 지난 2005년 중국 민간기업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업체로, 태양광 모듈 생산용량 2.4기가와트(GW)를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업황의 장기침체와 유동성 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디폴트를 선언했다. 미국에서 발행한 5억41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CB)를 상환하지 못한 게 직접적 이유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