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시장의 불공정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방송제작 표준계약서 제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 등 일부 이해주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자료사진=뉴스토마토)
문화부는 오는 5월2일 국회에서 '대중문화예술 분야 법제도 개선 공청회'를 후원하고 관련협단체와 언론, 방송 관계자 등 100여명을 초청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지난해 말 마련한 방송제작 표준계약서 초안에 방송사-제작사 간 합리적 권리 및 수익 분배, 제작비 지급, 분쟁조정 절차 등의 내용 등을 담았다. 문화부는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으나 방송사들은 방송제작 표준계약서가 외주제작사의 이익만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 초안을 보면 방송사는 ‘적정 수익’을 고려해 제작사에 제작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시청률에 따라 ‘연동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제작비에 산정된 ‘적정 수익’과 관계없이 협찬 수익은 제작사에게 일괄 귀속되도록 하고 간접광고 수익의 50%를 보장하도록 했다.
대중문화예술인 출연 표준계약서 초안은 방송사가 방영권만 구매하는 경우에도 출연료 미지급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도록 명시하고 촬영일 3일전까지 대본을 제공하도록 방송사 또는 제작사에게 의무를 부여했다. 아울러 배우들의 출연횟수는 출연 계약을 체결할 때 확정하고 방송사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를 근거로 모든 손해배상의 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29일 성명서를 내고 "문화부는 극소수 외주제작사 배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문화부의 불공정하고 부실한 공청회 참여와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추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문화부는 외주제작을 둘러싼 불합리한 제작상황이 마치 방송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비롯된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외주제도의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부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기획·제작사 역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출연료, 근로 여건, 사고 책임 등 의무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출연 표준계약서는 연기자 출연료를 방송 후 10일 이내에 지급하고 1일 촬영시간은 최대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 출연자에게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학습권, 수면권을 보장토록 하고 폭력·선정적 노출은 금지했다.
계약불이행시 제작사는 전체 출연료의 100%를 부담하고 장기 촬영 시에는 별도의 휴식시설을 제공하며 사고조치 의무도 진다. 프로그램을 연장할 때는 출연자 동의하에 별도의 합의를 거쳐야 하며 추가 촬영은 7일을 초과할 수 없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지금 외주제작사의 여건으로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내 방송 제작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작가와 연기자들도 지급보증보험가입 조항과 출연료, 작가료, 스태프 비용 등 모든 제작비의 지급 완료 증빙 서류 제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저작권 관련 조항도 수정·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열악한 제작환경과 제작진에 대한 처우,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공정거래계약서를 두고 각 주체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제정까지는 적지 않은 조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