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도 아이 만날래요" 이혼부부 면접교섭 신청 늘어

입력 : 2013-05-02 오후 3:48:22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난 2005년 A씨(39·여)와 결혼한 이후부터 성격문제로 자주 다퉈온 B씨(45)는 결혼 4년에 만에 이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문제는 둘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에 대한 양육을 누가 맡게 될 지 여부였다. 결국 A씨가 자녀들을 양육하기로 결정 됐는데, B씨는 비록 이혼했더라도 아이들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에 B씨는 매달 둘째, 넷째 주말에 정기적으로 자녀들을 보는 것뿐 아니라 어린이날과 명절, 자녀의 생일을 포함한 면접교섭권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어린이날, 자녀의 생일에는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해 두 부모가 협의해 면접을 정한다'고 결정했다.
 
2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이혼시 '면접교섭권'을 정할 때 정기적인 만남 외에도 어린이날을 지정해 자녀 면접교섭을 원하는 이혼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도 부모는 물론 자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어린이날이나 명절 등에 자녀와 부모가 만날 수 있도록 유형을 세분화해 면접교섭을 정하는 추세다.
 
종전까지는 면접교섭 관련 규칙 상 '1달에 1번 또는 2번', '주말에 정기적으로', '여름, 겨울 방학기간 동안 각 10일간' 면접교섭을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혼 부부들의 면접교섭에 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어린이날을 비롯한 특정일이 면접교섭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양육자에서 제외됐지만, 기본적인 면접교섭일 이외에도 어린이날을 지정해 자녀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C(28·여)씨도 마찬가지다.
 
결혼 2년차 때부터 자주 가출을 했던 C씨는 남편 D씨(37)와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고, 두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데도 C씨는 D씨와 연락을 끊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D씨의 부모님이 맡아 길렀다. 결혼 5년 만에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했고 D씨가 자녀들의 양육자로 지정됐다. 이에 C씨는 법원에 '어린이날을 포함한 생일에 면접교섭권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최근 이혼한 E(45)씨와 F씨(40·여)의 바람도 청소년기에 접어들 두 자녀가 부모의 이혼에 따른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었다. 특히 F씨는 비록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을 하지만, 남편이 아이들과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을 함께 하며 인생의 조언자가 되어주는게 F씨의 바람이었다. 때문에 F씨는 기본적인 면접교섭일 외에 어린이날을 면접교섭일로 지정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이혼 부부들이 이혼할 때 어린이날 등 특정일에 미성년자 자녀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은 자녀의 의사를 반영해 한쪽 부모(이혼한)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면접교섭권 유형을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명절(추석, 설날) 연휴 기간과 어린이날, 미성년 자녀 등의 생일'에는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 (이혼)부모가 합의해 면접교섭 하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다.
 
또 맞벌이 이혼부부의 경우 자녀가 원하고 두 사람간에 협의가 되면, 한 주에 한번씩 자녀가 이혼한 엄마와 아빠의 집을 번갈아가며 지낼 수 있게 하는 면접교섭도 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적어도 3~4개월에 한 번씩은 이혼 부부들이 어린이날에 면접교섭을 원하는 사건들이 있다"며 "떨어져 지내던 부모와 만나는 '면접 교섭'이 미성년 자녀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만큼 이같은 현상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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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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