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난항을 겪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사흘만에 재개됐다. 여야 정치권이 증세를 비롯한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사실상 '대기업 증세'에 서로 합의를 본 것.
이에 따라 이틀째 파행을 겪었던 추경예산안 심사가 속히 재개되고, 추경안은 오는 7일까지인 4월 임시국회 이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여야는 심야협상을 거쳐 이날 새벽 대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낮추는 사실상의 '대기업 증세'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합의문에서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정부가 제시한 고용창출투자세약공제 기본공제율을 대기업에 한해 1%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결위는 "민주당이 제기한 (대기업)최저한세율 인상 및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조정, 새누리당이 제기한 비과세·감면 축소 및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이 계속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공제율을 낮춰 그동안 대기업이 누려왔던 세제혜택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대기업 증세'와 다름없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본공제율 1%포인트 축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여당과 정부로서는 이번 합의로 '비과세·감면 축소'란 명분을, 야당은 줄곧 주장했던 '대기업 증세'란 명분을 얻은 셈이다. 또, 여당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대기업 증세안으로 민주당의 추경예산 심사 재개를 이끌어낸 것이다.
하지만 비과세 감면 축소나 증세와 같은 중요 정책 이슈가 정책 전반의 검토가 아닌 추경안 심사의 협상 조건이 된 것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당초 이번달 7일까지 임시국회 회기를 연장해 추경 편성에 합의하기로 약속했으나 민주당이 "실질적인 재정건전성 확보 없이는 추경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맞서면서 국회 예결특위가 이틀째 파행을 겪었다.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추경안이 애초 합의된 일정인 3일까지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현 부총리는 추경안 통과 때문에 3일부터 이틀간 인도 델리에서 열리는 제4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ASEAN)+3' 재무장관회의 출장도 취소했다.
추경안은 간밤의 극적인 협상으로 오는 7일까지인 4월 임시국회 이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결특위는 상황에 따라 주말과 일요일 집중적인 추경예산 심사를 통해 7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소속 장윤석 예결소위 위원장은 합의문을 발표한 뒤 "그동안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놓고 하루 이틀 추경심사가 지연된 데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예결소위의 추경심사를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