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전쟁터에서 소총만 가져선 이길 수 없다. 고장이 빈번한 소총을 대신할 무기를 갖춰야 승률도 오른다. 장총이든 대포든 말이다. 글로벌 자산관리 시장이 갈수록 확대돼가는 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페셜리스트’에 의한 자산관리가 아니면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서비스 가능한 다양한 풀을 갖춰야 함은 당연한 겁니다. 주식만, 채권만, 파생만 특화해 관리하는 것은 자산관리자의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죠.”
박경일 PB투자자문사 대표(사진)는 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처럼 투자자문사의 영업범위가 국내 주식에 제한, 천편일률적으로 주식투자 위주의 기술만 담아서는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란 설명이다.
◇“독립투자자문 선도”..네이밍에 전략 담아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 등록을 마친 PB투자자문은 올 초 영업을 시작했다. ‘독립투자자문사’로서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다.
“현재의 투자자문사는 주식운용이 대부분인데다 판매사에 종속돼 나름의 독창적인 모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매중심의 세일즈 영역에 집중되다보니 고객은 소외되고 신뢰는 바닥이 난 상태죠.”
독립투자자문사는 투자 권유를 담당하는 판매 자문사다. 펀드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투자권유와 재무설계를 담당하는 것으로 주로 포트폴리오 운용자문을 수행하는 기존 투자자문사와 차이가 있다.
공들인 작업 끝에 프라이빗뱅커(PB)투자자문이란 명칭을 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판매사에 의존하지 않고 리스크 설명이 가능한 중간자적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에서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적잖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국은 펀드가입자 70%가 독립투자자문사를 통합니다. 10년 전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를 도입한 싱가폴의 경우도 판매시장의 40%가 3년 만에 독립투자자문사 쪽으로 넘어갔죠. 최근 투자은행(IB) 관련 자본시장 개정법 통과를 징후로 하반기 독립투자자문업자 제도도입과 관련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자문업계보다 보험업계가 먼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박 대표는 말했다.
“보험사 독립법인대리점(GA)에 이 분야를 뺏기고 시장이 자칫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일찌감치 업계가 나서 이 부분을 캐치해 시장을 같이 키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무엇보다 파이 자체가 크기 때문에 신뢰도 쌓인 대형사들이 함께 관련 비즈니스를 일궈야 하는 겁니다. 제도보완을 위해서도 그렇죠.”
◇‘벤치마크+α’ 전략, 메인은 채권·파생
PB투자자문은 절대수익추구 모델의 운용수익을 10%로 잡았다. 시장 대비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채권, 파생을 메인으로 뒀다.
“지수+알파(α)를 내는 게 중요하죠. 궁극적인 모델은 채권과 파생의 결합 상품에서 찾습니다. 안정적이면서 은행금리보다 우월한 성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파생 접근 자체를 터부시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칼은 어린아이들에게 위험한 도구지만 어른들에겐 생활필수품 아닌가요. 무림의 고수에게 진검이 위험한 도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잘못 쓸 때 생기는 문제를 미리 왜곡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무분별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죠.”
자체 리스크는 믹스를 통해 헤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채권의 경우 대용자산을 써서 파생운용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옵션 증거금 대용자산 95%에 현금 5%로 실제 채권수익대로 받으면서 알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사실상 5%로 수익 100% 효과를 내는 구조죠.”
무엇보다 고액자산가에 기회요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된 가운데 자금을 묶지 않고 파생을 직접 운용, 비과세 장점을 누릴 수 있어서다.
◇목표는 프론티어..“고군분투”
차별성을 내세운 랩 상품 구성으로 PB투자자문은 최근 두 곳의 증권사와 자산관리형 자문형 랩 계약을 체결했다. “세후 10% 수익이 가능한 상품도 구성합니다. 선물 옵션을 헤지 수단으로 뒀습니다. 변동성 자산인 주식 관련 자산과 ETF는 20% 이내로 설정하고 채권이나 ELS, 합성옵션 등의 금융상품으로 채우는 겁니다.”
아직 금융투자업계에 헤지 수단을 구현한 랩이 없는 것은 랩을 주식형펀드의 대용 정도로 생각하고 한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00개의 종목과 4000개의 펀드가 있고 글로벌 증시 가입이 가능해진 현 시대에서 제일 좋은 자산을 꼽지 못한다면 능력 없는 자산관리자로 낙인이 찍히는 겁니다.”
PB투자자문의 현재 인력은 네 명. 마케팅과 경영관리, 서비스 개발 인력을 각각 1명씩 뒀고 자문역 총괄은 박 대표 단독 영역이다.
“셋업은 마쳤고 현재 인력 충원 중입니다. 연내 지점 오픈 계획도 세워두고 있습니다. 이제 붐업만 남았죠. 지금은 PB들이 회사에 종속돼 있어 자신이 원하는 운용스킴대로 할 수 없고 회사 가이드라인에 좌지우지되고 있지만 선진국 대부분의 PB가 그랬듯 국내 PB들도 새 장에 유입될 것으로 봅니다.”
시기는 다가오고 있고 제도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귀결점은 프론티업니다. 앞으로 성공여부에 달렸기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고군분투(孤軍奮鬪)가 예측되는 이윱니다.”
박 대표는 1999년 대우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미래에셋증권에서 주식 브로커와 애널리스트, PB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