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씨가 9일 오적필화 유죄 부분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받기 위해 서울고법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됐다가 재심에서 '사실상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한 시인 김지하씨(72·본명 김영하)가 반공법 위반 등 나머지 혐의는 벗지 못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9부(재판장 김주현)는 9일 "'오적필화사건' 관련해 반공법 위반으로 선고받은 유죄 부분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김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은 1심 법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법은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유죄 여부는 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개시되면 그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젊었을 때 부정부패를 공격했다. 아직도 (이를) 해결 못하는 게 무슨 법"이냐며 "물이 흐르듯 제대로 흐르는 것이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필요없다. 한국 법 전체, 욕먹을 각오해"라고 격하게 답하고 자리를 떴다.
김씨는 1970년 사회를 '상류계급의 오적(五賊)'과 '서민계급의 오적'으로 구분한 뒤 상류계급의 사치스러운 생활상과 부정부패를 묘사한 시 '오적'을 월간지 '사상계'에 게재한 이유로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고 100일간 투옥됐다.
이후 김씨는 1974년 민청학련 사건 배후로 지목돼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국내외 구명운동이 펼쳐진 덕에 다행히 형집행정지를 받고 10개월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다시 6년간 옥살이를 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재심에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 위반과 국가보안법위반, 내란선동 등의 혐의에 대해 39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오적 필화 사건과 관련한 반공법위반 혐의는 "재심사유를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징역 1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김씨는 "재심 개시 사유를 다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달라"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