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유전자변형식품(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표시제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업계에 확대 적용을 요구하는 주장도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소비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내 주요 제품을 대상으로 GMO 표시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3개 식품업체에 사용 여부와 원산지 확인을 요청하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공개질의서의 답변 기일은 오는 15일까지로 해당 업체들은 개별 대응하는 대신 한국식품산업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GMO 관련 내용은 영업 비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며 "아직 소비자의 거부감이 있으므로 표시제도 확대에 앞서 인식을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시 확대에 따라 GMO 제품 구매를 피하게 될 수 있다"며 "GMO가 아닌 제품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결국 전체 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경실련이 발표한 GMO 표시실태 조사결과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과자 55개, 두부 30개, 두유 50개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제품 총 138개 중 80%에 해당하는 108개가 수입 대두 또는 옥수수로 만들어졌지만 관련 표시가 있는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고 대부분 정확한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았다.
현재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에서는 GMO DNA가 식품에서 검출됐는지를 기준으로 원료 함량 상위 5순위 이내 식품에 한해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GMO 농산물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원재료 순위와 무관하게 모든 표시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년 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부장은 "표시제도 확대는 생산·유통 비용 증가, 설비·포장지 교체 등 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산,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국내 식품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주요 식품업체의 GMO 수입량은 전체 농산물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GMO 콩으로 만든 식용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사조해표는 식용유, 고추장, 된장 등을, 삼양제넥스는 물엿과 과당을 제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원재료 함량 순위와 GMO 성분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표시하도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달 중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홍종학·남윤인순 민주당 의원, GMO 반대생명운동연대, 경실련 주최로 '유전자변형 표시제 개선을 위한 공개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주요 업체별 유전자변형(GMO) 농산물 수입현황(2010~2012년). (자료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