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금융투자업계의 독자지수(In-house Index)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 ‘수익창출’과 ‘브랜드 차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기겠다는 전략에서다. 독자지수를 사용한 결과물을 통해 투자자에게 만족할 만한 수익을 안겨주고 흥행을 통한 인지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내달 주가지수와 금리, 주가지수와 선물(파생상품) 등을 결합한 파생결합증권(DLS) 독자개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신상품을 시장에 선보인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로 인덱스를 담은 자체 지수 세팅은 물론 보수적 조사를 통한 수효예측도 마친 상태”라며 “현재 전산개발과 변동성을 담는 파라미터 작업, 리스크 협의 단계 중이다. 내달 중 독자지수를 통한 상품 출시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을 해외지수로 써왔으나 S&P500지수가 신고가를 경신한 점이 부담이 됐다는 데 기인했다. 쿠폰 수익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상품출시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현대증권 측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달 S&P500·닛케이225·유로스탁50 등 3개 해외선물지수와 구리·금·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3개 현물(Comodity), 미국 10년물 국채 등 총 7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하나GTAA(Global Tactical Asset Allocation) 지수를 개발해 이를 담은 DLS 상품을 내놨다.
자체적으로 쌓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반영된 상품인 만큼 호응도 높았다. 한 달 사이 7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속속 팔려나간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만기 1년에 원금과 최저 1%를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이 상품은 목표 지수 도달 시 연 최대 10% 수익을 지급한다”며 “인하우스에서 좋다고 꼽히는 상품만 담은 것이기에 고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이 가장 앞섰다. 우리투자증권은 작년 4월 절대수익추구(Absolute Return Strategy, ARS)형 사모 주가연계증권(ELS)을 시장에 공개했다. ARS는 주식 롱-숏 전략을 주 전략으로 운용 중인 포트폴리오의 운용성과를 추종하는 지수로 시장상황에 관계없는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원금보장형으로 목표수익률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중·대형, 성장·혼합형 스타일로 분류된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산업에 대한 분석과 해당기업에 대한 기본적 분석을 토대로 투자기업을 선정하는 것을 운용전략으로 뒀다”며 “시장의 주도업종에 대한 섹터의견과 개별 종목 발굴을 통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30~60개 국내 주식을 묶어 자체 개발한 지수인 SGARI, SFARI, SQAR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 ELS 상품을 판매 중이다.
삼성증권도 현재 독자지수를 통한 상품 출시를 고려중이다. 현재 사모 형태로만 가능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시기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공모형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면 다시 개발에 들어가겠다는 전언이다.
독자개발지수 활용 확대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활성화된 선진 시장에 비해 시기는 늦어졌지만 국내 투자은행(IB)이 나름의 지수 산출을 하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높아진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자들도 가입 단계에 있어 신중을 기해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독자개발지수는 앞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을 깔고 가는 독자지수는 복제가 쉽지 않다는 차별성을 지닌다. 글로벌 IB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