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일반의약품 편중성이 심화되고 있다. 연구개발(R&D)이 적게 드는 손쉬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리베이트에 의존, 수익만 추구하면서 전문의약품 역량은 현저하게 뒤로 밀렸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 전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과 명확하게 비교된다. 이미 국내 전문의약품 시장도 다국적 제약사가 호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제약 ‘일반약’ 다국적 ‘전문약’..주력분야 대비
최근 <뉴스토마토>가 매출 기준으로 ‘2012년 국내 전문의약품 상위 1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6개 품목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출시한 신약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국내 전문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국내 제약사들도 10위권에 4개 품목을 올렸지만 모두 하위권에 그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제 ‘스티렌’만이 유일한 순수 토종 신약일 뿐 나머지는 개량신약과 복합신약이었다. 전문약 상위 10개 품목 안에 토종 신약 하나만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는 2007년 국내에 출시된 지 불과 5년만인 지난해 17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왠만한 중견제약사 한해 총매출 규모와 맞먹는 수준으로, 글로벌 신약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이 제품은 지난해 17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중견제약사 총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진=BMS제공)
반면 일반약 시장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선전이 뚜렷했다. 상위 10개 품목 중 무려 9개 품목이 국내 제약사 제품들로 채워웠다. 전문약 부문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일반약 부문은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도하면서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한국제약역사 100년..신약 개발 불과 19개
한국제약 역사가 100여년을 맞았다. 이 기간 출시된 토종 신약은 모두 19개로, 기나긴 제약 역사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어려운 전문약 개발을 뒤로 하면서 제약계의 역량은 한없이 뒤처졌다.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국내 신약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1980년대 복제의약품 개발을 시작으로 1990년대 개량신약, 2000년대 신물질신약 연구로 이어졌다. 1999년 국내 신약 1호 SK케미칼의 위암치료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9개의 신약이 출시됐다. 이중 천연물 신약은 7개 품목이었다.
평균적으로 연간 2~3개 가량의 품목이 출시된 것이다. 이중 2003년 LG생명과학에서 개발한 합성신약 팩티브(항생제)는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취득한 바 있다. 동아제약에서 개발한 발기부전치로제 ‘자이데나’는 현재 전 세계 42개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다. 그나마 상위 제약사들 중심으로 자각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반약 시장을 타깃으로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상위 제약사들 위주로 두자릿수 이상의 R&D를 투자하면서 전문약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전문약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