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 13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케미칼이 시장 예상과 달리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두드러졌던 탓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화케미칼이 1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과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태양광 사업 부문의 적자를 상쇄하지 못했다.
한화케미칼(009830)이 13일 발표한 1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85억18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조7796억원, 45억1300만원으로 각각 5.02%, 12.43% 증가했다.
이는 증권 업계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한화케미칼이 매출액 1조8317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했었다.
이처럼 예상치가 빗나간 것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가장 비중이 큰 원료부문이 부진했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태양광 사업부문의 적자를 상쇄하는 역할도 자연히 축소되면서, 전체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폴리머 제품 마진 축소..LG화학 증설 직격탄
전문가들은 원료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070억원, 2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 4분기 210억원 영업적자에서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시장의 눈높이는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원료부문의 실적 부진은 폴리머 부문의 마진 축소와 가성소다 가격 하락으로 요약된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폴리에틸렌(PE), 염화비닐(PVC) 등 폴리머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93% 감소했다"면서 "에틸렌 투입 가격이 상승하며 다운스트림 제품 마진이 축소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PE와 에틸렌의 스프레드는 지난 1~2월 평균 가격이 142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8일 기준 가격인 230달러의 6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사인 LG화학의 가성소다 증설도 원료부문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LG화학(051910)은 지난 1월 27만5000톤 규모의 가성소다 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물량공급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가성소다의 톤당 가격은 지난해 4분기 390달러에서 올 1분기 300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증설로 가성소다 가격이 100달러 가까이 빠지면서 원료부문의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태양광 사업, 적자 1200억 줄이며 부담감 덜어
다만 태양광 부문은 적자 규모를 1200억원 가량 줄이며 실적 부담을 다소 덜어줬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37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36% 증가했고, 영업손실액은 27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4분기보다 1215억원 줄었다. 특히 태양광 업황의 장기 침체로 경쟁사들의 실적 회복이 더딘 것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해외 시장의 수요확대와 제품 가격의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일본 마루베니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500MW, 155MW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은 물량이 본격 출하되며 실적 회복을 견인한 것이다.
모듈 가격의 상승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모듈 가격은 지난해 연말 0.65달러에서 지난 8일 현재 0.701달러로 7.18%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동률도 크게 높아져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4분기 50~60% 수준에서 최근 90%대로 올라섰다고 한화케미칼 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화케미칼이 1분기에 바닥을 찍은 것으로 파악하고,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성수기인 2분기에 흑자전환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태양광 사업부문의 흑자전환 여부는 아직 시황 개선 조짐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2분기에는 가성소다 시황 개선에 따른 원료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52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