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민주당이 16일 광주를 찾았다. 지도부가 전부 참석한 것을 포함해 72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을 비롯한 광주·전남의 지역의회 의원들까지 합하면 그 수가 100명을 훌쩍 넘었다.
한 당직자는 "이토록 대규모 인원이 광주에 내려온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서 느끼는 민주당의 위기를 반영했다는 이야기다. 한 의원은 다른 의원에게 안부를 물으며 "제가 주최하는 토론회도 연기하고 왔다"고 광주 방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광주 도착 직후 5.18 자유공원을 방문했다. 신군부 시절에 5.18에 참여한 시민들을 투옥하고 재판했던 영창과 법정 시설이 있는 곳이다. 입구에 다달으니 군복 차림을 중년 남성들이 의원들을 맞이한다. 군복 차림의 남성들은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의원들을 영창 시설로 안내했다. 5.18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이었다.
의원들을 영창 건물로 안내한 이동계 5.18 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은 의원들에게 영창 안에 직접 들어가볼 것을 권유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은 가운데 위치한 5소대에 들어가고, 다른 의원들도 다른 영창에 들어가 내부를 둘러봤다.
이 사무총장이 의원들에게 이 곳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하며 분위기는 점점 숙연해졌다. 이 사무총장은 "1980년 5월 18일 이후 이곳에 끌려온 수많은 시민들에게 신군부는 '너흰 곧 죽을 사람'이라며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그들을 폭도로 칭하며 수감자들 간의 일체 대화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의원들에게 5.18을 왜곡하는 세력에 적극 대처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여전히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힘써달라"고 말하며 영창 시절을 나갔다.
박기춘 의원은 이 총장이 말을 듣고 혼잣말로 "우린 이미 다 아는 얘기지. 새누리당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할텐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영창 건물을 나섰다.
영창 건물을 나와 민주당 의원들은 인근의 법정 시설로 들어섰다. 과거 시민들 중 일부가 이곳에서 '내란수괴죄' 판결을 받아 희생을 당했다는 이 사무총장의 설명을 듣는 의원들의 태도가 매우 진지했다.
이후 민주당은 국립 5.18 민주 묘역으로 자리를 옮겨 '을을 위한 광주선언'을 선포했다. 무더운 날씨에 '민주의 문' 앞에 간이 의자에 앉은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김한길 대표의 '광주선언' 선포가 끝난 후,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일부는 선창했고, 일부는 따라불렀다.
행사를 마친 후 민주당 의원들은 망월동 묘역으로 들어가 5.18 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하고 고 윤상원·박관현 열사의 묘역과 행방불명자 묘역에 이어 673명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있는 유영봉안소를 참배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1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소를 참배했다.(사진=한광범 기자)
이후 20여분을 걸어 구 묘역으로 이동해 신원불상자들이 묻힌 묘소를 찾아 지도부가 대표해 국화를 헌화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검은색 양복을 입고 오느라 겨울 양복을 입고 왔다는 김한길 대표는 묘역 참배가 끝난 뒤에야 정장 상의 재킷을 벗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광주 방문에 대해 "광주는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라며 "광주 방문은 우리 의지를 다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명직 최고위원과 관련해 "(호남 인사에 배려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호남 인사를 임명할 것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