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주 일본 주식시장은 13년만에 일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국채 금리가 10년물 기준으로 주중 1%선까지 급등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부터 나타난 일본 증시 급락은 이번주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속도 조절이 주는 긍정적 효과와 미국발 유동성 축소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당분간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대신증권-일본의 속도 조절, 한국에는 기회
일본증시 급락은 일본중앙은행(BOJ)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장기금리 상승에 대해 BOJ는 경제여건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식을 거듭 표명해 왔다. 그러나 지난 23일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개장초 1.0%를 터치하자 2조엔 규모의 시장 개입을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금리상승에 대한 BOJ의 우려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일본증시 급락에서 시작된 이틀간의 시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려 있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매도는 이틀간 900억원대로 크지 않았고, 일본발 주가 조정이 미국 증시로 확산되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위험자산에서의 이탈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의 재정 위험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며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환율상승, 주가하락, 국채금리 상승, 외국인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쏠림 해소라는 긍정적 측면에 집중하되, 아시아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통해 경계의 수위를 결정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한국투자증권,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는 변동환율제하의 통화정책 효과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은행·연기금 등 일본 국내 및 외국투자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을 고가에 매입해 대출을 늘릴만한 유동성 여건을 조성했고 대기업의 수출 환경을 엔화 약세를 통해 개선시켜주고 있다. 문제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한 내수부양·수출확대 등 실물경기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물가 상승·미국 국채 약세 등을 이유로 일본 국채 강세가 조기에 끝나버린다면 아베노믹스 실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본 물가 급등·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실질 통화량 증가가 정체되거나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상승한다면 일본 국채 강세는 조기에 끝날 수 있다. 일본 국채가 약세가 나타난다면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힘입은 유동성이 묶이면서 내수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일본 국채를 다량 보유한 시중은행 등 일본 투자자는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본주식 투자나 기업대출 확대를 자제하게 된다. 일본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기 위해 양적완화를 포기하는 방안과 오히려 국채 매입을 지속 확대하는 방안으로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결국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아베노믹스라는 정치적 방향성을 저버릴 수 없는 만큼 후자인 국채 매입 지속 확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
이번주 국내 주식시장은 일시적으로 2000포인트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다. 일본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단기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일본에 집중됐던 외국인 매수세가 일정 부분이나마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1%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재정악화·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의 총 자산 중 국채보유비중은 25%에 이르고 있고, 이는 선진국 평균보다 5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를 감안할 때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오히려 일본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을 강화할 수도 있다.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는 한층 완화될 것이며, 아베노믹스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신증권-일본 증시 급락의 영향은 미미한 상황
외국인이 2주 연속 순매수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매수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사들이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2주의 외국인 순매수는 소극적 순매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지난 23일 발생한 일본 증시의 급락이 국내 증시에 미친 수급적 영향은 아주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급락 다음날인 24일에 특별한 수급적 동요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주 자동차 업종이 4.3% 급등을 보였는데 투신과 연기금의 강한 순매수가 일어난 덕분이었다. 일본 증시 급락 다음날인 24일에 특별히 많이 순매수한 것은 아니고 2주 전인 5월13일부터 꾸준히 순매수한 결과였다.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과 자동차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이해된다. 은행·보험이 여전히 수익률이 좋고, 화학·건설업종에 외국인 순매수가 발생했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