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22일
STX조선해양(067250)이 4000억원의 선박 제작 비용을 채권단에 추가로 요청한 가운데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를 두고 채권단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채권단들은 지난달 26일 6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데다 아직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인 점을 들어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추가지원 의결을 주도하는 측에서는 어느 정도의 추가지원은 예상됐고, STX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이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STX조선해양에 6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중 4500억원은 회사채 상환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밀린 자재대금과 인건비로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최근 STX조선해양이 요청한 4000억원의 선박제작 비용이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사진=뉴스토마토 자료)
현재 STX조선해양의 총 수주잔고는 159억달러 규모로, 이중 국내 수주잔고만 100억달러에 달한다. 2년치가 넘는 물량이다.
문제는 운영자금이다. 선박 제작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 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재 공급이 딸리면서 공정률은 평소의 60% 이하로 떨어졌다.
1400여개에 달하는 STX조선해양 협력업체들도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선박 인도 일에 맞춰 각종 기자재를 미리 납품했던 일부 협력사들은 자재대금 지불이 지연되면서 3~4개월째 임금이 밀린 곳도 허다하다.
협력사들은 이 상태가 1~2개월 지속될 경우 공정률이 2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정된 날짜에서 선박 인도가 지연될 경우 불어나는 선박지연보상금도 문제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진행된 조선업 침체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수주 물량이 급증했다. 여기에 선박지연보상금까지 지불할 경우 배를 만들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해운업 침체가 업계의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선주들은 가능한 선박의 인도시기를 늦출수록 유리하다. 물동량이 감소해 선박 주문 당시 예상만큼 선박 수요가 크지 않은 데다 인도 시기가 늦춰질수록 지연보상금이 늘어나 선박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선사들은 선급 심사를 강화해 선박 인도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편 이번 자금 추가지원 요청에 협력사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이 27일 채권단을 상대로 선박제작 자금 추가지원 요청 설명회를 갖는 데 이어 협력사들은 2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추가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의 사활이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 여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