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병실 생활 '청부살인 사모님', 남편도 법조계 쥐락펴락

부산지역 이름난 유지 행세..주가조작 사건 수감 후엔 국회의원, 검찰, 법원장 등 수시접견
무기징역 선고 부인은 10년 수형기간 동안 4년 외부서 생활

입력 : 2013-05-29 오후 5:36:4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여대생 청부살인’의 주범 윤모씨(68·여)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형집행정지로 빠져나와 호화생활을 누려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의 남편 역시 재판과 수형과정 중 특혜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윤씨의 남편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66)은 2001년 영남제분 등 코스닥 시장 3개 종목의 주가를 조종해 2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부산지검 특수부는 류 회장 및 류 회장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영남제분 박 모 상무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류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고 박 상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그 직후인 2001년 10월25일 열린 1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류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류 회장이 법정구속되자 구속영장 기각에 외압이 있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부산지법원장으로 있던 K씨는 류 회장과 고교 동기로 절친한 관계로 알려졌다. K씨는 퇴임한 뒤에는 영남제분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당시 류 회장에 대한 사전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던 판사는 류 회장이 법정구속된 지 몇 개월 뒤 사퇴하고 법복을  벗었다.
 
류 회장은 법정구속된 이후 지역 국회의원들은 물론 부산고검과 부산지검 최고위급 간부들이 특별접견(장소이전 접견) 형태로 수시로 구치소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법조계 인사는 “류 회장이 부산의 매우 유력한 인사였기 때문에 당시 검찰 최고위 간부들과 국회의원, 대기업 간부들이 수시로 류 회장을 만나러 갔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그 중 법조계에 있던 간부들은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민간인 신분으로 몇 번을 더 류 회장을 특별접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부산지역의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당시 류 회장은 유력한 변호사 너댓명을 선임해 그중 일부는 심부름꾼으로 쓰기도 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후 항소한 뒤 1년이 감형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2002년 10월29일 형이 확정됐다. 그 뒤 창원교도소로 이감된 류 회장은 2003년 1월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런 의혹은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에 의해서도 제기됐다. 그는 2006년 4월 이해찬 전 총리의 3.1절 골프논란 당시 관련인물로 류 회장을 언급하면서 "류 회장은 2001년 10월부터 2003년 1월까지 부산구치소 등에서 복역하면서 2002년 5월 40회, 6월 42회, 7월 40회를 접견했다"고 주장했다.
 
류 회장이 부산구치소 수감되어 있을 당시 그의 부인인 윤씨도 특별접견을 별 제한 없이 자유롭게 들어왔다고 앞서 부산지역 법조계 인사는 말했다. 그러나 윤씨와 유 회장은 윤씨가 '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수감되면서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당국 관계자는 “특별접견이란 교화상 필요할 경우 소장 허락 하에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 법위반이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반인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실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 회장이 가석방으로 나갈 때쯤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구치소로 들어온 윤씨는 류 회장과는 또 다른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도 나온다.
 
윤씨는 2002년 8월 말쯤 서울성동구치소로 처음 수감된 뒤 1심 구속기간이 만료되고 2003년 6월18일 여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이후 항소와 상고 끝에 2004년 5월27일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씨는 여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가 2007년 7월5일 1차 형집행정지를 받게 된다. 당시 형집행정지 사유는 처음 수감될 때 쯤 시작됐던 ‘유방암’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씨는 1년3개월 동안의 외부 병원생활을 한 뒤 2008년 10월24일 의정부교도소로 재입소하고 이듬해인 2009년 12월22일 다시 2차 형집행정지로 교도소를 나왔다.
 
여기서 8개월 정도 외부 병원에서 지낸 윤씨는 2010년 8월21일 포항교도소로 재입소한 뒤 2011년 3월18일 3차 형집행정지로 교도소를 나와 외부 병원 등에서 2년2개월을 지내다가 지난 21일 서울남부구치소로 재입소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흉악범이 10년의 수형기간 중 4년 넘는 기간을 교도소 밖에서 보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윤씨는 하루 병원비만 200만원이 넘는 특실에서 호화롭게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울증, 파킨슨병, 유방암 등 형집행정지 사유로 기재된 의사진단서만 12종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의 ‘호화로운 외출’이 사회적으로 알려져 논란이 시작될 때쯤인 지난 4월 대검찰청은 “사회지도층에 대한 형집행정지결정 및 구속집행정지, 보석결정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시행하라”고 일선지검에 지시했다.
 
윤씨는 형집행정지제도와 관련 당국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정점을 찍을 때쯤인 지난 21일 형집행정지가 종료되고 서울남부구치소로 재입소했다.
 
형집행정지제도는 형사소송법상 정해진 제도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볼 때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보여지는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 형의 집행을 일시 정지하는 것이다.
 
건강상 위험, 70세 이상의 고령, 임신 6월 이상의 산모 등이 대상이 되며 이 기간은 징역기간에 산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기징역의 경우는 의미가 없다.
 
형집행정지는 검사의 지휘로 실시하는데, 담당 검사는 형집행정지결정에 대한 소속 검사장의 결재를 받은 뒤 교도소장 등에게 형집행정지를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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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