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취재결과 발표 기자회견 모습.(사진=김현우 기자)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수형 삼성전자 준법경영실 전무가 30일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경위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이 전무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특히 현재 몸담고 있는 삼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개인문제로 다뤄줄 것을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효성, 한화 등 뉴스타파가 앞서 공개한 1, 2차 명단에 포함된 임원들 기업이 국세청으로부터 전격 세무조사를 받는 등 역외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우선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을 알게 된 경위부터 해명했다. 그는 "법조기자를 하던 1999년 김석기 사장이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가 바로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사건이 있었다"며 "이 사건 직후 김 사장의 고문변호사와 함께 김 사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그는 "고문 변호사와는 그 전부터 잘 알던 사이였다"며 "이후 2000년 8월 미국 탐사보도협회 단기 연수를 떠난 사이 김 사장이 중앙종금 영업정지 사태로 홍콩으로 출국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2004년 3월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 신문사 법조팀장으로 복귀했다"며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안 나지만 홍콩을 방문해 김 사장을 만났으며 이후 2005년 5월 현지 취재를 위해 홍콩에 출장가서 다시 김 사장을 만났다"고 인연을 서술했다.
Energy Link에 이사로 등재된 경위에 대해서는 "조원표 앤비아이제트 사장이 회사 사외감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해 무보수로 맡아 주기로 하고 등재했으나 신문사를 사직하면서 사퇴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2005년 홍콩을 다시 방문해 김 사장과 다시 연락을 했다"며 김 사장과 조 사장이 동업하기로 함에 따라 자신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투자도 아니고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자고 하고 조 사장을 통해 여권번호와 영문이름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이 회사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존재하는 유령회사)인 줄 전혀 몰랐고, 이후에도 아무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며 "단 한 푼도 투자하거나 대가를 받은 것이 없으며, 사업 내용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7년 조 사장에게서 문제의 사업이 진전이 없어 정리하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는 "이상이 전부"라며 "이후 김 사장과의 연락이 거의 없었고, 1~2차례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히 "삼성과의 관계는 전혀 없다"며 "문제의 회사 설립은 2005년 6월, 명의를 빌려 준 것도 그 무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삼성에 입사한 시점은 2006년 5월로, 문제의 이사 등재는 뉴스타파로부터 2006년 8월이라고 들었으나 제가 삼성에 입사할 무렵에는 문제의 회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이 문제된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역외탈세 혐의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한다"며 "저 개인에 국한해 말씀드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 개인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지면 법이 허용하는 한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삼성으로까지 세무조사 또는 의혹이 확대되는 것은 절대 원치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이런 뜻을 뉴스타파 측에 전달하고, 저도 피해자이므로 실명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삼성과는 무관한 것이 너무도 명백하므로 회사 이름을 명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렸다"며 "제 뜻과 무과하게 삼성에 누를 끼쳐 죄송하고 면목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 전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법조기자 출신으로 미국 로스쿨을 마치는 등 관련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쉽게 명의를 빌려줬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더욱이 김석기 사장의 경우 지난 1998년 10월 아남반도체의 사모사채 인수과정에서 부당이득 혐의, 2000년 6월에는 중앙종금 부도, 특히 2002년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수배가 내려지자 사법처리를 피해 홍콩으로 도피했던 인물이다.
특히 이 전무가 삼성전자의 준법경영실 고위 임원이라는 점에서 경위 파악 결과에 따라 삼성측의 후속조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대책에 대해 "여러 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