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은정이는 펀드에 가입하러 점심시간을 쪼개 증권사에 찾아갔는데, 곧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펀드 상담 직원의 친절한 설명은 고맙지만, 1시간이나 설명을 듣고 앉아있자니 지겹기도 하고 회사를 오래 비워서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죠.
펀드 상담 직원이 50페이지나 되는 어렵고 복잡한 투자설명서를 내밀었을 때, 은정이는 머리가 너무 아팠습니다. 설명하던 직원의 얼굴과 목소리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투자설명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하는데요. 펀드 소개서나 마찬가지인 투자설명서를 읽어보지 않는다는건, '내 돈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5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은 마치 시험을 앞둔 것처럼 부담스럽기만 한데요. 더군다나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라면 설명해줄 사람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은 더욱 클 겁니다.
실제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의 '2012년 펀드투자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 가운데 69.3%는 해당 파일이나 웹페이지를 열어보기만 했다고 응답해, 실제로는 투자설명서를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읽지 않은 이유로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가 5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요.
투자설명서 때문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그래서 나온것이 15페이지 내외 분량의 간이설명서입니다. 추후에는 8페이지 내외로 더 줄이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죠?
복잡한 정식 투자설명서는 던져버리고, 핵심만 간추려진 간이 투자설명서를 확실하게 보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자, 이제 투자설명서 해독기가 나갑니다.
간이 투자설명서는 총 4부로, 1부는 집합투자기구의 개요 또는 모집·매출에 관한 사항, 2부는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정보, 3부는 매입·환매 관련 정보, 4부는 요약재무정보로 이뤄져 있습니다.
투자설명서를 펼치면 맨 앞장에 투자설명서의 개요가 있고, 이어서 투자결정시 유의사항이 나와있는데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유의사항에는 "투자금액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합니다. 과거의 투자실적이 장래에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는데 읽어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1부 집합투자기구의 개요에는 집합투자기구의 명칭과 분류 등에 대해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집합투자기구=펀드라고 바꿔서 생각하면 됩니다.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정확한 명칭을 확인해 보고, 펀드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펀드이름을 알면 펀드가 보인다고 했죠? (펀드이름을 알면 펀드가 보인다,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348948)
또 주의깊게 볼 것은 펀드의 분류인데요. 아래에 예시로 든 '한국밸류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주식)' 펀드의 종류는 주식형이고, 개방형, 추가형 펀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방형은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한 펀드를, 폐쇄형은 일정기간 동안에는 환매가 불가능한 펀드를 말합니다. 추가형은 추가로 자금 납입이 가능한 펀드를, 단위형은 일정기간 동안에만 가입이 가능한 펀드를 말합니다.
그러니 자금계획에 따라 추가로 납입을 할 것인지, 언제 꺼내 쓸 것인지를 고려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펀드에 가입해야 합니다.
2부 집합투자기구의 투자정보는 투자설명서의 핵심입니다. 주요 투자대상과 투자전략, 비교지수, 투자위험, 적합한 투자자 유형, 운용전문인력, 수익률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는 "자산 총액의 70% 이상을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펀드로 주로 저평가되어 있거나 성장잠재력이 있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장상황보다는 기업에 초점을 두는 바텀업(Bottom Up)과 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가치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비교지수, 즉 벤치마크는 "증시 흐름을 90% 반영하고 채권을 포함한 기타 유동성 자산의 흐름을 10% 반영한다"고 하는데요. '(코스피 200*0.9)+(CD금리*0.1)'이라는 식과 비교해 이 펀드가 벤치마크 대비 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펀드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은 투자상품이니 투자위험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 펀드는 "주식가격 변동위험과 금리변동위험, 시장위험, 신용위험은 있으나 특정 국가나 자산, 포트폴리오 집중 투자로 나타나는 특수위험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펀드의 위험은 펀드투자자의 성향과도 연결되는데요. 이 펀드는 앞서 설명한 펀드의 투자위험을 바탕으로 위험등급이 1등급인 '매우 높은 위험'으로 분류됐습니다.
또 "주식투자를 통한 실세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지만 반면 주식시장 변동에 따른 높은 투자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장기투자자에게 적합하고, 권장 투자기간은 3년"이라고 명시돼 있네요.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위험성이 커지고,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비중이 높으면 위험성이 낮아집니다.
펀드에 가입할 때 증권사나 은행에서는 투자자가 안정형인지, 중립형인지, 적극투자형인지, 공격투자형인지 등 투자성향을 분석해주는데요.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설명서에 나와있는 위험등급을 잘 맞춰 투자하면 불안해서 발을 동동 구를 가능성은 줄어들거예요.
운용전문인력이라고 하면 펀드매니저를 뜻하는데, 펀드매니저의 이름과 직위, 운용중인 펀드의 수와 규모, 운용경력까지 모두 나와있습니다.
그간의 실적이 어땠는지는 투자실적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평균 수익률과 연도별 수익률을 벤치마크와 함께 볼 수 있는데요. 벤치마크보다 수익률이 높으면 펀드 운용을 잘한 것이고, 낮으면 부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익률은 투자설명서 작성기준일로 산정되기 때문에 투자시점의 수익률과는 다를 수 있으니, 자신이 투자하려는 시점의 수익률은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합니다.
단, '투자결정시 유의사항'에 나와있던 것 처럼 과거의 투자실적이 장래에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점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3부는 매입·환매 관련 정보로 수수료와 보수, 과세, 매입·환매 절차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수수료와 보수의 부과 비율이 표시돼 있는데요. 이 펀드는 "운용전략인 가치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의 투자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매제한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정했다"고 부가설명을 했습니다.
매입과 환매절차에 대해서도 도표로 쉽게 설명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펀드 매입과 환매절차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수익률을 바꾸는 시간, '오후 3시',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369101)
마지막 4부는 요약재무정보입니다. 글보다는 숫자가 많아 어렵게 느껴지지만, 차근히 살펴보면 펀드의 형편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운용자산 규모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운용수익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났는지, 운용비용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당기순이익은 얼마나 거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운용수익을 실제 펀드투자자가 올린 수익률로 착각해서는 안되는데요. 표시된 수익률은 전체 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만약 수익률의 변동이 심하다면 이유가 뭔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매매회전율이라는 것도 있는데, 펀드의 주식매매 빈도를 나타냅니다. 매매회전율이 높으면 펀드를 운용하는 비용이 늘게 되지만, 매매를 자주해서 수익을 더 크게 냈다면 문제될 일은 아닙니다.
간이 투자설명서에서 꼭 봐야 할 사항들만 쏙쏙 뽑아봤는데요. 좀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다면 정식 투자설명서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혼자서 끙끙 헤맬게 아니라, 운용사나 판매사로 전화하거나 방문해서 물어볼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암호같은 투자설명서를 해독하는 일은 시간도 할애해야 하고 노력도 필요한 일이라 귀찮을 수 있지만 펀드 투자 성공을 위해 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