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남북회담 무산 책임놓고 서기국장 '격' 공방

새누리 "차관급 굴욕..지난 정권이 관행 만들어"
민주당 "장관급 맞다..정부가 지나친 요구"

입력 : 2013-06-12 오후 3:00:08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북한측 대표의 ‘격’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북측 수석대표인 강지영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을 놓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차관급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장관급이라고 맞서고 있다.
 
강 서기국장의 직위에 따라 남북 대화 무산에 대한 박근혜 정부 책임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격’에 대한 논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새누리 "北, 관행으로 차관급 보내"
 
정부와 새누리당은 조평통에서 위원장, 부위원장보다 낮은 서기국장은 차관급이라고 규정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2일 대정부질문에서 "대화는 ‘격’이 맞아 서로 수용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강 서기국장에 대해 “우리는 통일부 장관에 상응하는 수석 대표가 나와야 할 것이라는 점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비정상적인 관행에 따라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도 강 서기국장의 ‘격’에 대해 정부와 동일한 입장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조평통 서기국장을 장관과 걸맞는 지위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우리 정부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생각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격이 맞지 않는 관행이 생겼다고 주장하며, 이번 회담 무산의 책임을 돌렸다.
 
북한이 내각참사, 책임참사라는 직책을 만들어 차관급 인물들을 회담에 내보냈지만, 당시 정부는 회담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통일부 장관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는 “북쪽이 만나자고 하면 황송해하며 만나고 회동 대가를 요구하면 감사하게 제공하고 쩔쩔매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남북 당국회담을 파국으로 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북한측에서 김건양 통일전선부장이 회담에 나와야 통일부 장관과 격이 맞다는 입장이다.
 
◇ 민주당 "서기국장 장관급, 통전부장은 총리급"
 
잘못된 관행을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은 민주당은 북한 강 서기국장 지위를 ‘장관급’이라며 대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재정 전 장관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국 특사로 파견됐던 최룡해 인민군 정치국장의 경우도 칭호가 정치국장이며 인민군 총 대표다”라며, 우리측 입장에서 ‘국장’이라는 직위를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조평통이 통전부의 산하기관이지만, 산하기관이라는 것이 밑의 사람들이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총리 내지는 부총리 격이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우리 정부가 김건양 통전부장을 요구한 것이 북측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와 정치 구조가 달라서 김양건 부장은 장관급이 아니다. 우리 정부에 구태여 대입시키면 부총리 급이다”라며 “차라리 총리급 회담으로 승격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통전부는 노동당 조직으로 통일부와 국정원을 합친 대형 조직으로 통전부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겸하고 있다.
 
◇ 학계 "서기국장, 차관~장관 사이"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평통 서기국장의 지위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정확하게 따지기는 어렵지만 차관급에서 장관급 사이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김남식 통일부 차관과 ‘격’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김양건 통전부장이 회담에 나서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양건 부장이 내려오는 것은 당국 회담에서 성과를 전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쪽에서 상당히 부담을 안고 있었다”며 “북한의 현재 상황은 남북 관계에 완전한 집중보다는 북미 관계,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징검다리로써 남북관계를 활용하는 차원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김양건 부장이 대표로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북측에 상당한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회담에서 북한 대표의 격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당시 정부는 형식이나 절차, 명분보다는 대화의 성과 집중하는 자세로 회담에 임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남북회담이 무산된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명분, 논리에 집착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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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