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장기간 업황 침체로 국내 해운업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그룹의 캐시카우인
현대상선(011200)도 자금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인천과 부산 등 주요 항구에 선박 터미널과 토지 등 설비 자산과 7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해 다른 해운기업에 비해 그나마 자금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운 시황이 장기간 바닥을 기면서 한계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2011년 2분기 이후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 1분기에도 1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유류비 부담이 줄었음에도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이 겹쳐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자연스레 2009년 277%에 불과했던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1년 403.8%, 2012년 720%에 이어 올 1분기에는 855.7%로 급격히 높아졌다.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지난달 나이스 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업황 부진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 이는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를 낳으면서 시장의 평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악순환의 늪인 셈이다.
◇현대상선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상선)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되자 현대상선은 최근 외부자금 조달에 사활을 걸고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현대상선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KB금융지주 지분을 담보로 1300여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지만,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다행히 EB 발행을 주도한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 결국 목표로 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해운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다시 한 번 입증됐다는 게 금융권 해석이다.
그럼에도 현대상선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22일 만기가 도래하는 2800억원의 회사채 상환이 주요 목적이지만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대기업의 분리형 BW 발행이 전면 금지돼 그 전에 최대한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전략적 포석도 함의된 것으로 보인다.
발행 조건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한진해운(117930)이 3000억원 규모의 BW 발행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현대상선도 이와 비슷한 조건으로 BW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해운업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BW 발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조기상환청구권 등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다수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 우선협상자 대상 자격으로 채권단에 납부했던 2755억원의 계약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해제한 후 이행보증금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이 소송에서 승리하면 이행보증금 2755억원과 손해배상청구액 500억원을 합쳐 총 3255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이는 현대상선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BW 발행규모와 비슷해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상선으로선 업황 부진을 이겨낼 숨통이 트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