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검찰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1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침묵 모드를 지키고 있다.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인 신경민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침묵은 금이 아니고 공조이고 격려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부당한 검찰 수사지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홍보수석은 "청와대가 이전처럼 (검찰수사에)개입하고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황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다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대통령이 미리 앞서가 이야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수석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침묵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신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곽상도 민정수석이 5월 하순께 국정원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뭐하자는 거냐. 이런 수사 해서 되겠느냐"면서 힐난했다고 폭로했다.
새누리당은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악용한 정치공세라면서 반발했지만, 법무장관 뿐만 아니라 정무수석까지 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청와대를 향한 불신을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이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과 국정운영 불안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입장표명에 매우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한 장·차관급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하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여론이 확산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잘못을 시인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직접 나오지 않고 수석회의에서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일인데다 법무장관과 정무수석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할 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