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MB치적' 위해 국정원 동원..정치개입 직접 지시

행안부 장관때 촛불시위 보며 "종북세력 대응 필요" 마음먹어
국정원장 임명되자 조직 체계까지 바꿔가며 '심리전단' 이용

입력 : 2013-06-14 오후 2:19:4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의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홍보를 위해 국가정보원의 조직체계까지 바꾸는 등 이 대통령의 치적 쌓기에 국정원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서울시 라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권의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한 뒤 국정원장에 까지 올랐다. 당시 원 전 원장의 임명을 두고 "전문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코드인사"라며 정치권과 국정원 내부에서 비판이 비등했지만 이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서 이 대통령 치적 쌓기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가 이명박 정권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14일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차장 오른쪽에 앉아 있는 사람이 이번 사건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팀장.(사진=전재욱기자)
 
 
◇'광우병 촛불시위는 종북좌파의 조직적 선전'
 
원 전 원장은 행안부장관 재직시절에 발생한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가 종북좌파 세력의 조직적인 선전에 따른 것으로 보고 2009년 2월 국정원장 취임 직후 종북좌파에 대한 국정홍보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먼저 2009년 5월15일 열린 전부서장 회의 등에서 "국정원의 임무는 정부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넓은 시각에서 업무를 더 공격적으로 수행하라"며 지속적으로 국정보좌 및 국정홍보 업무를 강조, 시행한 것으로 검찰조사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특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시민단체, 노조 등을 북한 및 종북세력의 국정흔들기에 결과적으로 동조한다고 규정짓고 공격대상으로 삼는 한편 이들 세력의 제도권 진입 차단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의 국정지원과 홍보활동 지원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국정현안에 대해 정부당국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반대주장을 공박했다"며 "이는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정치관여 행위 해당하는 것으로 원 전 원장의 이런 지시는 국정원이 선거관여 행위에 나서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이후 그가 규정한 '종북좌파 및 그에 동조하는 세력'의 선전선동이 인터넷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한 뒤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을 대폭 확충하는 등 이 대통령의 국정홍보를 위해 국정원 조직을 일부 개편했다.
 
◇심리전단 독립부서로 개편..대선시 70여명 확대
 
원 전 원장은 우선 2009년 3월 심리전단을 독립 부서로 편제한 뒤 사이버팀을 2개로 확대했으며, 2010녀 10월에는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사이버 팀을 3개로 확충했다. 이어 2012년 2월에는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 팀을 4개 팀 70여명으로 확대하는 등 정치개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때 확대된 심리전단 사이버팀 요원들은 지휘체계에 따라 이슈 및 논지를 하달 받고 각자 담당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글 게시와 추천·반대 클릭 등 여론을 조작했고 그 활동 결과를 최종적으로 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은 또 이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단순한 국정홍보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정치관여와 선거 개입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 ‘원세훈 前원장의 불법 정치관여, 선거개입 지시 개요도’(자료제공=서울중앙지검)
 
그는 세종시, 4대강 사업, FTA, 제주 해군기지, 주택 정책, 복지 등 주요 국정 현안에 관해 정부 입장을 옹호하고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종북좌파 세력'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대통령의 외교 실적, 경제성과 등을 널리 홍보하도록 강조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원 전 원장이 국정원법이 금지하고 있는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에 대한 찬양, 지지 내지 비방, 반대 의견을 유포'하는 정치관여 행위를 지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국정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 뒷받침해야"
 
원 전 원장은 특히 2010년 1월22일 전부서장회의에서 "세종시 등 국정 현안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좌파단체들이 많은데, 보다 정공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원이 앞장서서 대통령님과 정부 정책의 진의를 적극 홍보하고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또 같은해 7월19일 회의에서는 "정상외교 성과, 경제위기 극복 등에도 불구 국내 정세는 야당의 무조건적인 반대 등으로 그 어떤 때보다 힘든 상황"이라며 "대통령님의 외교가 국내 정세와 연결될 수 있도록 원이 더욱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2월17일 회의에서는 "현 정부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국정성과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야당 등의 무분별한 폄훼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독려했다.
 
원 전 원장은 이에 멈추지 않고 지방선거와 대선시에 국정원 내 전부서장들을 불러놓고 적극적인 선거개입을 지시했다.
 
그는 대선이 있던 지난 2월17일 전부서장회의에서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는데, 금년에 확실히 대응안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라며 선거개입을 직접 지시했다.
 
또 대선을 6개월여 앞둔 그해 6월15일에는 "종북좌파 척결은 물론 그 동조세력도 면밀 점검"하라며 "종북좌파 세력이 국회에 다수 진출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법 및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前국정원장(사진=최현진기자)
 
◇심리전단장 "원장의 '진보정권 수립 저지' 직원들에게 축적"
 
한편 민 모 심리전단장은 "부서 간부회의에서 종북좌파들의 진보정권을 수립하려는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며 "이런 나의 발언은 원장의 회의시 발언을 그대로 직원들에게 옮긴 것이고 원장이 그러한 취지의 발언을 평소 계속해와 직원들에게 전파 축적되어온 상태였다"고 검찰 조사시 진술해 원 전 원장이 선거개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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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