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충분한가, 아닌가."
6월 국회의 핵심이슈 중 하나인 유통업계 '갑을문제' 시정은 이처럼 두 가지 주장으로 대별되는 양상이다.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대리점 본사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데 여야의 견해가 다르지 않지만 야당에선 별도의 법 제정을, 여당에선 공정거래법 개정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하고 있어서 내용상 차이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국회 정무위는 18일 오후 2시 공청회를 열고 두 종류의 법안을 심사하기에 앞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았다.
진술인으로는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 박상도 유가공협회 국장,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정책사업 단장), 최영홍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참석했다.
◇남양유업법은 어떤 내용?
이른바 '남양유업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민주통합당 이종걸, 이언주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이 법은 가맹사업법이 정하고 있는 규제내용을 대리점 문제에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유통업체 본사가 대리점과 계약을 맺을 때 사전에 정보공개서나 대리점계약서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본사의 불공정거래행위는 유형별로 규정했다.
대리점엔 '계약 갱신 요구권'을 주고 대리점사업자끼리 단체를 결성해 본사와 협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이노근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본사의 지위 남용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 기회를 보장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여야에서 발의한 법안 모두 2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각각 정하고 있는 게 공통적이다.
◇"별도 입법 필요하다 vs 가혹한 법안이 능사 아냐"
국회 정무위가 현재 계류 중인 60여개 법안 중 '남양유업법'을 주제로 첫 공청회를 연 것은 그만큼 사안의 시급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진술인으로 나선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과 이헌욱 변호사는 법안 제·개정을 적극 지지했다.
반대로 박상도 유가공협회 국장과 최영홍 교수는 현행 공정거래법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법안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박 국장은 "지난해 유업체의 수익률이 평균 3.5%에 불과했다"며 "이런 업체들에 매출액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의 존폐와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또 "본사와 대리점 사이의 계약을 일일이 규제하는 것은 사적자치 원칙에 어긋나고 집단소송제도는 민사법의 당사자주의 원칙을 거스른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사업자에 단체 결성권과 협상권을 주자는 데 대해서는 "대리점사업자는 노조나 하청업체가 아니므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국장은 "잘못된 '갑을 문화'는 시정해야 하고 갑의 횡포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혹한 징벌만이 해답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불공정거래행위는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에 ‘거래상 지위의 남용’ 유형으로 이미 적시돼 있는 만큼 별도 입법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헌욱 변호사는 "발의된 법안은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한 최소한의 법"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정도를 빼고는 그렇게 강력한 내용도 없다, 규제도 소프트하다"고 반박했다.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장은 "법안 제·개정으로 당장 뭔가를 요구하겠다는 게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불공정행위에 대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