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기업, 20조 규모 소송에 신음..'보험' 소송건 절반 차지

입력 : 2013-06-19 오전 8:47:0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대기업들이 각종 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500대기업 중 소송 현황을 공시한 182개 기업들의 소송건수만 총 2만6000여건, 금액으로는 무려 20조원을 넘는 소송에 휘말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이들 182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소와 피소를 합쳐 총 2만6640건의 소송이 휘말려 있다. 소송가액은 20조5930억원에 달했다. 1개 기업당 평균 146건, 1070억원의 소송에 신음하고 있는 셈이다.
 
CEO스코어는 보고서에서 "전체 소송건수의 78%가 은행, 건설, 보험 등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업종에 몰려 있으며, 특히 보험업종이 총 건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종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평가다.
 
금액기준으로 우리은행의 소송 규모가 가장 컸다. 법정 분쟁이 총 1305건, 소송가액은 2조180억원에 달했다. 제소가 피소보다 건수나 금액에서 월등히 많았다. 제소는 952건에 1조4920억원, 피소는 353건에 5260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2위는 포스코로 62건에 1조558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일본 신일본제철 및 스미토모 금속과 영업비밀 침해 및 손해배상 등으로 1조1600억원이 넘는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 때문에 적은 건수에도 이처럼 소송가액이 높아졌다.
 
애플과 10억달러 이상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재계 최상위 기업들은 소송이 경영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 아니라며 소송내용을 전혀 공시하지 않아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소송가액보다 기업비밀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지극히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3위는 국민은행으로 359건에 1조1670억원에 달했다.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8300억원대로 4, 5위에 올랐다. 이어 6위 한신공영, 7위 한국전력공사, 8위 SK건설, 9위 대우건설, 10위 현대건설 등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업종별로는 은행, 건설, 보험 3개 업종에 각종 소송이 몰려있는 양상이다. 은행은 12개 시중 및 지방은행이 총 6056건에 6조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182개 기업 전체 소송과 대비해 건수로는 22.7%, 금액으로는 34.4%를 차지한다. 제소와 피소 금액도 각각 3조원 규모로 비슷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 및 협력업체, 은행 등과 잦은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건설업도 총 소송금액이 5조600억원(소송건수 1681건)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은행과 달리 피소가액(3조4520억원)이 제소가액(1조6100억원)보다 두 배 많은 특징을 보였다.
 
보험은 소송 건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총 15개 기업에서 1만2942건으로 전체 소송건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소송 건수에 비해 소송가액은 1조6250억원 규모로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보험은 제소건수(8344건)가 피소건수(4598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는데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소비자들과 벌이는 소액 분쟁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소송 건수 기준으로 보험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LIG손해보험이 무려 4515건의 제소를 포함해 총 5090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었고, 이어 삼성생명이 340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삼성생명도 전체 소송의 94%가 제소여서 보험사들의 소송 남발을 의심케 했다.
 
이어 삼성카드와 삼성화재가 각각 2000여건으로 역시 소송건수 상위 3, 4위에 올랐다. 삼성그룹 금융 3총사의 소송이 다른 금융사보다 많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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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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