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찰이 20일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57·사진)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검찰이 영장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신청을 받은 상태에서 검찰이 또 다시 재신청 지휘결정을 내리거나 기각할 경우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왔던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경찰은 전날 세차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한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당일 재신청하도록 지휘했다.
이날 검찰은 "체포영장의 요건인 범죄혐의의 상당성과 출석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와 관련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재신청 지휘' 결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체포영장 기각이 아니며 보완해야 할 부분을 상세히 써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검찰의 결정을 두고 김 전 차관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엔 경찰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신청했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출석불응에 앞서 범죄혐의 입증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경찰이 체포영장에 담은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특수강간'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의 별장에서 윤씨가 마약성 최음제를 먹인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혐의 사실이다.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는 관련법상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성폭력특례법상 2인 이상이 공모하거나 흉기를 사용해 성폭행을 하게 되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시킬 수 있다.
경찰의 주장대로라면 윤씨와 김 전차관의 피해여성 성폭행에 대한 공모관계가 인정되기 때문에 특수강간 의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 전 차관이 피해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는 대부분 피해자들로 알려진 여성들의 진술에 맞춰져 있다.
김 전 차관이 찍혔다는 동영상의 존재를 공개했으나 이 증거 역시 '특수강간'과는 거리가 있는 장면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뿐 수사를 통해 확보한 '특수강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셈이다.
또 경찰이 피해자의 고소가 필요 없는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면서 피해자들로 알려진 여성들로부터 고소장을 받은 사실도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 피해여성이 피해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처벌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만큼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문제의 동영상을 물증으로 김 전 차관이 현직으로 있을 당시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대가로 여러 편의를 봐줬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못 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에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시 명시한 혐의도 뇌물수수 등 대가성 범죄가 아닌 '특수강간'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체포영장 신청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에서 검찰에게 완패를 당한 것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피소로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즉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경찰이 국면 돌파용으로 '김학의 체포'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대해 검찰은 "지금 검찰 상황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광준 검사 사건 당시 혹독한 '제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은 검찰이 검란을 넘어 지금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있는 상태"라며 "'나간 식구' 감싸줄 여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의심이나 비난을 받을 행동을 할 처지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경찰은 재지휘 신청을 받은 뒤 정밀한 법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은 "김 전 차관 소환 없는 사건 마무리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체포영장 재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