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논쟁)버냉키 쇼크에 금융시장 대혼란

입력 : 2013-06-21 오전 11:17:29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연준 출구전략에 대한 두려움으로 투매 양상이 본격화되면서 주식, 채권, 신흥국과 선진국 구분없이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주가 급락·공포지수 VIX '폭등'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와 나스닥, S&P500지수 등 3대 지수는 모두 2%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일 FOMC회의 기자회견 직후 200포인트 넘게 하락한 데 이날 역시 36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이틀간 낙폭은 560포인트에 달한다. 
 
◇자료제공=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20.49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한달 전 12.45에서 6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유럽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영국 FTSE100지수는 2.09%, 독일 DAX30지수는 3.28%, 프랑스 CAC40지수는 3.66% 떨어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1년 7개월만에 최대였다.
 
글로벌 증시 충격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에 기인한다.
 
전일 버냉키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매월 850억달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축소해 2014년 하반기에는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FOMC회의에서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현 수준에서 200억달러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트레버 그리텀 피델리티 자산배분 이사는 “지난달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인 모습이어지만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하면서 갑자기 매우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투매' 확산
 
연준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한 곳은 채권시장이다. 이날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2.47%까지 오르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22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료제공=Investing.com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독일 10년만기 국채수익률도 장중 0.12%포인트 뛴 1.68%까지 치솟았다.
 
유로존 위험국이나 신흥국 채권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이탈리아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54%로 0.28%포인트 뛰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10년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각각 0.31%포인트, 0.34%포인트 급등했다.
 
이머징 국가인 뉴질랜드의 10년만기 국채금리도 하루새 무려 0.30%포인트나 오르며 4.09%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및 중단 시사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내년 봄이나 1년 뒤에는 3%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임스 폴슨 웰스캐피탈매니지먼트 이코노미스트도 "10년만기 금리가 연말 3%까지 오를 수 있다“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 쇼크에 신흥국 통화 '패닉'
 
버냉키 발언에 신흥국 통화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글로벌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을 집중 매도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통화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이후 달러 매수세가 가속화되면서 인도 루피화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자료제공=Investing.com
 
이날 달러대비 인도 루피환율은 사상 최고치인 59.9800루피를 기록했다. 루피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셈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시중은행에 달러를 매도하도록 간접적으로나마 외환시장에 개입,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사지드 치노이 JP모건 이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인도만의 일이 아니며 신흥시장 전체가 피를 흘리고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달러대비 장중에 2.2757까지 치솟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신흥국 통화에 대한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브라질, 남아프리카 랜드화 등을 당장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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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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