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내놓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타당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내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9~3.4%에서 3.0~3.5%로 상향 조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올 연말까지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내년 중반에는 이를 종료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쉘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가 경제를 낙관하는 것이 아니라 덜 비관하는 것"이라며 버냉키는 원래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이번 입장 표명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장 둔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그들의 낙관적인 전망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성급했던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과거 더블딥 침체를 유발할 수도 있었던 경제적 리스크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왔었지만 이번에는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연준은 올해 실업률이 기존 전망보다 낮은 7.2~7.3%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내년 실업률은 최고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사진출처=유튜브)
버냉키 의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주택시장의 회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냉키는 "최근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건설업종의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주택보유자의 자산증가에도 기여했다"며 "향후 소비자심리와 개인소비지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버냉키 의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미국의 기존주택판매가 예상보다 늘었고 이달 필라델피아 제조업 경기가 반등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1만8000건 늘어나면서 4주 이동 평균을 상승시켰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반 실업률이 7%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실업률은 예상치보다 0.1%포인트 오른 7.6%를 기록했다.
또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가 금리를 상승시켜 미국 경제성장전망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로 모기지금리는 최근 몇 주 동안 꾸준히 상승해 이달 초 4%대를 넘어섰다.
폴 에딜스타인 IHS글로벌인사이트 디렉터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많은 약점에 노출돼 있다"며 "그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실업률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급한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진짜 위험은 지나친 시장 붕괴로 과거 양적완화로 얻은 효과까지 잃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