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지난주는 '버냉키 쇼크'가 시장을 휩쓸었다. FOMC 회의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연내에 양적완화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코스피는 주간 단위로 3.52% 급락했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1800대에 머물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12MF PBR) 1배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 시점이 중기적 매수 영역이라는 시각과 함께 과거와 달리 추가적인 지수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 추가 조정..그러나 중기적 매수 시점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단기적인 추가 조정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불거진 사례 외에는 PBR 1배 수준을 장기간 하회한 적이 없다"며 "중기적인 측면에서는 매수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때 가장 타격을 받는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이다. 과거 위기 때마다 한국도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의 요소에서 취약점을 드러냈지만 최근 이 점에서 한국은 여타 지역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서 경상수지는 투자 대상 국가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따라서 한국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점은 투자 대상국으로서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이머징 국가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한국의 위기방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매력과 낮은 투자비중이라는 조합은 현 시점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 상황에서 주가의 바닥을 예상하긴 힘들지만 PBR 1배라는 중기적 저점에 대한 신뢰마저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탄력적인 반등 가능성은 낮지만 과도한 우려는 완화될 것이기에 중기적인 관점에서는 매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과거와 다른 PBR 1배..추가 하락 가능성 있어
한편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코스피는 PBR 기준 1배를 하회할 경우 매번 1~2주 이내에 1배 이상으로 회복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이익추정치 변화를 살펴봤을 때 최근에는 기존과 다른 패턴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1년 이후 코스피가 PBR 1배에서 반등했을 때는 미래 이익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유지되는 상황으로 자본총계의 레벨 자체도 우상향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들어
삼성전자(005930)의 자본총계 상승세가 멈췄고 코스피의 자본총계 추정치도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의 이익추정치는 지난 2011년 5월 이후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 이익추정치의 강력한 상승 덕분이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이익추이가 동 시점 이후 꾸준히 하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후 코스피의 2013년, 2014년 이익추정치는 둘 다 하락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흐름이 꺾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익추정치가 계속 하향된다면 코스피의 PBR 밴드 자체도 하락할 것"이라며 "PBR 1배의 기준 자체가 하락해 추가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