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블로그)'불편'과 '실패'만 강조하다 묻히는 것

입력 : 2013-06-24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다음달 1일로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세종시는 지난해 7월1일 '행정중심복합도시'란 이름으로 닻을 올렸죠. 두 달 뒤엔 총리실을 시작으로 정부 부처 1차 이전이 시작됐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연말까지 2단계 이전이 완료돼야 합니다.
 
◇출범 1년 앞두고 우울한 생일상..급기야 부처 이전 연기론까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무원노조가 청사 이전 연기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합니다. 어떤 연유일까요?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연말은 부동산 비수기이기 때문에 서울의 집을 처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12월이면 아이들 전학 문제나 겨울 한파가 겹쳐서 이주 자체가 쉽지 않을 거라는 고충도 밝혔습니다.
 
정부청사 이전으로 세종시와 인근에 이미 이사해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얘기입니다. 돌아보면 각종 난관을 뚫고 출범한 세종시이지만 흘러나온 이야기는 죄다 부정적 내용 일색이었죠.
 
우선 교통이 불편하고 학교나 상가, 의료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인프라는 부족한데 교통비와 식비 등 물가는 왜 이렇게 높은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세종청사 역시 서울과 떨어져 덩그러니 섬처럼 있는 데다 건물 설계자체도 비효율을 높이는 식으로 만들어져 불편하기 이를데 없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급기야 '4대강 사업'과 동급의 총체적 정책실패라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는데요.
 
◇섬처럼 고립된 세종청사..누구 책임?
 
아마 지난 1년에 한정해 점수를 준다면 세종시와 세종청사는 과락을 면치 못할 수준입니다. 최근 이 지역 인터넷언론 '세종포스트'에서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주민 3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마트와 병의원 등 '생활편의시설 부족'을 가장 큰 불편으로 지적했다고 하죠.
 
이 조사 결과가 흥미로운 건 응답자의 41%(139명)가 첫마을아파트 입주 전 대전에 살았다고 밝힌 대목입니다. 충남과 충북지역에서 옮겨온 이들이 그 뒤를 이어 29%(97명)로 나타났습니다.
 
정작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는 25%(86명)였다고 하죠. 응답자의 24%(81명)가 '직장 이전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옮겨왔다고 밝혔는데 수도권 거주자 비율과 공교롭게 맞아떨어지는 것도 재미난 결과입니다.
 
반면 응답자 절반에 육박하는 152명(45%)은 '훌륭한 도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이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하면 최소한 지역에선 세종시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현재로선 기본적 '생활편의시설'마저 부족한 상황이란 분석이 가능할 겁니다.
 
 
 
◇만들자 해놓고 나몰라라?..본질은 '분권주의'인데
 
생각해보면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들고 나온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헌법재판소까지 동원된 논쟁 끝에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낙착됐지만 이명박정부 때는 '백지화'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엔 '세종시 특별법' 개정으로 와글와글한 상황입니다. 세종시에 따르면 재원부족분이 3000억~4000억원 수준이라는데 적절한 지원대책이 없어 행정수도를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도 공염불 될 수 있다는 게 시가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따지고 보면 큰 틀에서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인데 논의가 진척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이곳 지역에서 정권과 상관 없이 중앙정부의 분권주의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은 이유입니다.
 
세종시와 세종청사를 둘러싼 여론도 같은 맥락에서 씁쓸함을 더합니다. 당장의 불편을 강조하다 보니 '정치적 올바름'을 잊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인데요.
 
세종청사 1단계 이전 이후로 줄곧 나온 보도가 '대다수 청사가 텅텅 비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타 행정부나 입법부가 서울에 있다 보니 고위공무원은 늘상 출장 중이고 연쇄적으로 일선의 공무원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놓고 보면 '비효율'에 딱 맞는 용례이긴 합니다. 문제는 '분권주의'라는 대의가 그 와중에 잊힌다는 점인데요. 공무원의 불만이나 언론의 비판을 종합하면 '실패'라는 단어로 모아질 뿐 정작 '그 다음 어떻게'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 취지를 따른다면 세종시와 세종청사가 제대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비효율을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에 별도 집무실을 마련해놓고 세종청사는 사실상 방치해두고 있죠. 그걸 현실의 대안처럼 이야기 하는데 거꾸로 세종시에 비슷한 모형을 만들 생각은 왜 안 하는 걸까요?
 
공무원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아닙니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의 중요함을 모르지도 않습니다. 다만 대안도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그 대안이란 게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자체를 물리는 게 아니라면 이 문제는 결국 의지와 철학에 달렸다고 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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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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