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줄고' 현대차·포스코 '늘고'..10대그룹 엇갈린 투자성적

입력 : 2013-06-26 오전 9:36:0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10대 재벌그룹들의 1분기 투자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3위 SK, 4위 LG, 8위 GS, 9위 한진, 10위 한화가 지난해 1분기 대비 투자를 줄인 반면 2위 현대차, 5위 롯데, 6위 포스코, 7위 현대중공업은 투자 집행을 늘였다.
 
물론 각 그룹이 주력하는 사업 특성상 하반기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곳들도 있어 1분기 성적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만 포스코와 한진을 제외한 8개 그룹들은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어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적잖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 99개 주요 계열사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총 147조376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0.9% 늘었으나 같은 기간 투자는 18조4400억원으로 오히려 10.7% 뒷걸음질 쳤다.
 
500대 기업의 전체 현금성 자산 196조원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인 반면 투자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5대 그룹으로 대상을 좁힐 경우 투자 감소폭은 무려 16.5%로 더 커진다. 대기업일수록 투자 허리띠를 더 졸라맨 셈이다.
 
◇현금성 자산 및 투자현황 순위(자료제공=CEO스코어)
 
가장 눈에 띄는 그룹은 재계 부동의 1위 삼성이다. 1분기 실적을 내놓은 15개 주력 계열사를 종합한 결과, 1분기 말 삼성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55조87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는 8조8350억원에서 6조970억원으로 무려 31.0% 줄었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현금성 자산의 76%에 해당하는 42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1분기 3조6000억만을 투자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급감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7% 늘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계열사들도 모두 투자를 축소했다.
 
SK, LG, GS, 한진, 한화 등도 삼성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SK는 현금성 자산이 13조6100억원에서 올 1분기 14조3330억원으로 5.3% 증가했으나, 투자는 3조240억원에서 2조3410억원으로 22.6% 줄었다.
 
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있는 GS도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18.0% 늘었지만 투자는 5.2% 감소했다. LG도 이 기간 현금성 자산이 21.2% 늘었으나 투자는 2.0% 줄었다. 다만 두 그룹의 경우 투자 감소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특히 LG의 경우 주력사업이 삼성과 마찬가지로 전자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투자는 활발했다는 평가다.
 
한진과 한화는 투자 감소폭이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컸다. 특히 한화는 이 기간 현금성 자산이 3.6% 늘었지만 투자는 무려 41.3%가 줄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한화의 올 1분기 투자 집행액은 149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1조1137억원을 보유 중이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 투자 목표를 정하지 않고 시나리오 경영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진도 같은 기간 4330억원에서 2710억원으로 투자를 37.3% 줄였다. 다만 이 기간 현금성 자산 또한 10% 줄어 그룹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투자 축소에 대한 명분이 그나마 생겼지만 2조원이 넘는 곳간은 유지됐다.
 
반면 현대차와 포스코, 현대중공업을 올 1분기 투자를 크게 늘려 앞선 그룹들과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특히 포스코는 이 기간 현금성 자산이 2.7% 줄었음에도 투자는 오히려 59.0% 늘였다. 삼성, LG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2조5230억원)을 투자 집행했다.
 
재계 2위 현대차도 만만치 않는 투자 증가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올 1분기 현금성 자산이 37조3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상승에 그쳤지만 투자는 2조4840억원을 집행해 23.3% 늘었다.
 
현대중공업도 주력인 조선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6.4% 투자를 늘려 집행했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이 기간 현금성 자산이 6조6280억원에서 10조9560억원으로 무려 65.3% 증가했다. 이는 10대그룹 가운데 최대치의 증가폭이다. 이외 롯데도 9.8% 투자를 늘렸다.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그룹은 삼성(55조8780억원), 현대차(37조3460억원), SK(14조3330억원), 현대중공업(10조9560억원), LG(8조7500억원), 포스코(7조8190억원), 롯데(4조5630억원), GS(4조4310억원), 한진(2조1640억원), 한화(1조1370억원) 순이었다.
 
10대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총 147조3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2조8650억원)에 비해 10.9% 늘었으며, 이중 포스코(-2.7%)와 한진(=10.0%)만이 곳간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공기업, 생활용품, 에너지, 제약, 철강 등 5개 업종의 투자만 늘고 나머지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등 수출 주력업종을 포함한 12개 업종의 투자가 일제히 줄어 수출 경기의 선행지표도 어둡게 했다. 삼성전자가 포진한 IT전기전자 업종 역시 28.8% 투자가 크게 줄었다.
 
CEO스코어는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곳간에 현금을 쌓아두기만 할 뿐 투자 등을 통해 돈을 풀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 부진은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재계가 그토록 약속해 온 투자 활성화가 지지부진하면서 고용창출, 내수회복 등의 선순환은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10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버냉키 쇼크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등 대외적 불안 요인이 커진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방향도 결정되지 않아 기업의 어려움이 커졌다”며 “솔직히 아직 눈치작전을 펴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그룹 관계자는 “1분기 성적만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여전히 유동성은 많지만 올 초 약속한 투자 목표액을 채우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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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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