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아직까진 인수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신한지주 고위 관계자) "지난해 인수한 외환은행과의 결합이 우선이다"(하나금융지주 관계자)
우리금융(053000) 민영화 방안이 확정되면서 대형 인수합병(M&A)시장이 열렸지만 정작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대형금융지주사들의 겉모습은 소극적이다. 금융 업황이 좋지 않고 각사별로 풀어야하는 현안이 우선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경쟁사에서 매력적인 매물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어 제3자로 빠져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15일부터 경남·광주은행 등 우리금융의 지방은행 계열과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계열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동시에 매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경남은행은 '지방은행은 지방에 돌려줘야 한다'는 명분으로
BS금융지주(138930)(부산은행 계열)과
DGB금융지주(139130)(대구은행 계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모두 구조조정이나 지역갈등 등 경남은행 인수에 따른 적지 않은 후폭풍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광주은행의 총자산은 20조2008억원으로 점포수가 153개에 달한다. 경남은행(자산 31조2927억원)도 점포수가 162개다.
우리투자증권은 매물로 나올 금융회사 중 인수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은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과 함께 업계 '5대 대형사'로 꼽히며, 지난해 말 자기자본 기준으로는 대우증권에 이어 업계 2위다.
우선 대형 금융지주 가운데 증권 분야가 가장 취약한
KB금융(105560)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KB지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우리금융과의 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신한지주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 부담에서 거의 벗어난 데다가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수년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 증권 사업 강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강화 전략을 갖고 있어서 시장에서 잠정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도 "하나금융은 어려운 여건 상황에서도 1990년대말부터 충청은행과 보람은행, 서울은행, 외환은행까지 줄줄이 인수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최고경영자(CEO)의 입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사가 매물을 인수함으로써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융사는 인수 여건이 안 좋더라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M&A는 회장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6일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의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개사 일괄 매각, 우리F&I 및 우리파이낸셜은 개별 매각) ▲우리은행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예보 또는 우리금융이 순차적으로 매각을 추진한다는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