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회가 2일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등 관련 자료를 열람·공개하도록 한 한 것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정권을 겨냥하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는 국가정보원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질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이기 때문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전에도 정문헌 의원을 필두로 이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그리고 NLL 공세로 톡톡한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자 안보몰이를 중단했다.
새누리당은 그러다 국정원과 경찰이 여론 조작과 거짓 브리핑으로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자 또다시 노 전 대통령이 영토주권을 포기했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국정조사 요구는 외면한 채 NLL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새누리당 덕분에 갑을국회로 통했던 6월 임시국회에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민생법안들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대신 의미없는 NLL 공방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대선 개입 '사실'과 NLL 포기 '의혹'은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기에 물타기라는 비판이 쇄도했지만 새누리당과 언론의 '의제설정력'은 대단했다.
더욱이 국정원이 국가의 '안보'나 외교의 '국익'이 아닌,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대화록을 불법 공개하면서 NLL 난투극은 일거에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대선개입 논란으로 국정조사를 눈앞에 뒀던 국정원으로서는 대화록 공개라는 회심의 일격이 효과를 본 셈이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 결국 대선 개입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공개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는 사실관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NLL 논쟁을 영구히 종식시키고, 막이 오른 국정조사 국면에서 논점이 흐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가기록원 원본이 공개된다고 해도 새누리당이 '사실상 포기' 주장을 접을 가능성이 커보이진 않지만 원본으로 실체를 확인하는 것으로 논란이 다시 촉발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국정원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 국면은 다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과 경찰의 대선 개입 이외에 김무성 의원의 '셀프고백'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녹음파일 등으로 새롭게 제기된 박근혜 대선 캠프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은 사실일 경우 정권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평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뒤부터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해왔고, NLL 대화록을 왜곡·발췌해 불법으로 공개한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커넥션이 드러나게 되면 후폭풍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수준을 넘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