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업계가 현안에 따라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는 종합편성채널의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허용을 놓고 지상파와 PP업계, 종편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각각 진영을 구축했다.
미래부가 8VSB 연구반을 가동하고 오는 9~10월 경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방송업계가 다시 한 번 줄다리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달 8VSB 연구반 회의를 시작하고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연구반 회의는 2~3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종편 4사가 참여해 8VSB 허용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 4개사는 지난 5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8VSB가 케이블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8VSB는 디지털방송 변조 방식으로, SO들이 신호를 변조하지 않고 재전송하기 때문에 디지털 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400만 가구도 HD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디지털방송 전환 때 8VSB전송이 허용됐다. 그 외 방송사들은 통일성과 정합성 등을 이유로 쾀(QAM)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8VSB는 전송 효율이 떨어진다. 다른 디지털 변조방식인 쾀은 6㎒ 대역폭에 채널을 4개 이상 넣을 수 있지만 8VSB는 단 1개 채널만 전송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종편이 8VSB 방식으로 방송을 송출한다면 SO들은 몇몇 PP를 송출 채널에서 빼야 한다.
종편이 8VSB 허용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은 HD급 화질을 제공해 시청자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지상파와 중소 PP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상파는 8VSB 연구반 회의에도 불참한 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종편이 8VSB로 HD급 화질을 제공하면 시청자들이 이탈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지상파 관계자는 "최근 수신료 인상에다 8VSB 허용 논의까지 종편에 대한 특혜가 이어지고 있다"며 "종편의 8VSB 하용은 지상파 영역을 침범하려는 시도"라고 잘라 말했다.
중소 PP들도 퇴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소 PP 관계자는 "8VSB를 허용하면 현재 케이블 채널의 3분의 1이 줄어든다"며 "특히 시청률이 낮은 군소 PP들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종편의 8VSB 전송이 허용되면 보도전문 채널 2개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지상파와 종편이 8VSB 방식으로 방송을 전송할 경우 인접 대역에 묶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미 지상파 채널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홈쇼핑 채널들도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디지털 전환 비율이 낮은 SO와 일부 대형 PP는 8VSB를 찬성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스스로 전송 방식을 선택하도록 모든 장벽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며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업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번달 SO,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 8월에는 PP, 셋톱박스, CAS 사업자 등을 모아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며 늦어도 10월에는 8VSB 허용 여부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편 특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8VSB 연구반의 회의록을 필요시 공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업계의 이해 관계가 격렬히 대립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