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지난 7년 7개월은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 고뇌와 긴장이 연속되는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람과 긍지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9일 끝내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상의 회장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CJ그룹의 구원투수 역할에만 집중키로 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어른'으로서 조직을 추스리는 게 급선무다. 그의 두 어깨는 상의 회장직까지 수행하기엔 부담이 너무도 컸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한 기업의 비상경영체제에 관여하게 됨에 따라 경제단체장의 자리를 계속 지킨다는 것이 단체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제가 못 다한 일들은 뒤를 이을 회장께서 이뤄주실 것으로 믿으며 차기 회장께도 제게 베풀어 주셨던 것처럼 변함없는 성원과 협조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이임사를 전한 뒤 200여명의 임직원들과 한명 한명 악수하고 국제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편 손 회장은 이임식을 전후로 기자들과 만나 후임 회장 인선 관련해 "아직까지 후임 회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며 "서울상의 부회장단에서 현명하게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재현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실제로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전했다.
CJ그룹은 앞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이 말기 신부전증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으며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장이식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은 신병 치료와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또는 적부심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CJ의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였다. 검찰 역시 "매일 소환돼 조사를 충실히 잘 받고 있고 식사도 잘 하고 있다"며 건강 악화설을 부정했다.
◇9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왼쪽)이 이임사를 임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