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에 이어 국방부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부처들이 연일 정치판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이같은 정부 부처의 입장발표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겉으로는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서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뒤로는 정부조직까지 NLL 논란에 동원하고 있는 것이 된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자료까지 준비해가며 작정한 듯 입장을 내고 NLL 논란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는 정치적으로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과 정보기관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해 정당을 흉내내는 행위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여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는 특정 이슈에 대해 대변인이 공식발표를 통해 한쪽을 편들고 나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이같은 돌출 행동은 정부부처를 통제하는 청와대의 지시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방부는 11일 "NLL 밑으로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NLL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도 전날 "육지에서 현재의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대를 수원-양양선 이남으로 철수시키고, 휴전선과 수원-양양선 사이를 '남북공동관리지역'으로 만든다면 '휴전선 포기'가 분명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과 NLL 관련 의혹으로 여전히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서 유감"이라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직후 나온 국정원과 국방부의 NLL 논란 여당 편들기는 이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무색케 한다.
이들의 행동이 '정치군인'과 '정치 정보원'의 과잉 충성인지 박 대통령의 지시인지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이후 대응을 살펴보면 파악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논란이 계속되는 것에 유감이라는 박 대통령의 얘기가 진심이라면 이같은 돌발행동에 대해 관련자 문책 등 적절한 처벌이 있어야 하며 박 대통령의 지시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사진)은 박근혜 정부 국정원과 국방부의 NLL 거들기에 대해 "망둥이가 뛴다고 해서 꼴뚜기도 꼭 따라 뛰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국방부는 국정원처럼 정치에 개입할 생각 말고 본연의 임무에나 충실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