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북한이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만에 보류했다.
남북간 개성공단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공세를 펼치던 북측이 스스로 했던 회담 제안을 보류한 것을 놓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지난 10일 제안한 금강산 관광재개 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두 개를 모두 보류한다고 알려왔다.
북한측은 회담제안을 보류한 배경에 대해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측이 금강산 관광과 이산상봉 회담을 제안한 것은 우리 정부가 북측의 제안 중에서 이산상봉만 수용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 많다.
개성공단 정상화 현안과 함께 5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게 북측의 의도였지만, 우리측이 선별적인 수용 입장을 밝히자 북측 입장에서는 실익이 많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회담 '철회'를 선언하지 않고 '보류'했다는 것은 남북간 대화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오는 15일 예정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3차 실무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북측은 지난 10일 2차 실무협상이 무산된 직후 "남측의 무성의한 입장과 태도로 하여 결국 회담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게 됐다"면서 남측의 책임을 강조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문제 해결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상봉 제안까지 거둬들이면서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공단 가동중단 사태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과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우리측의 입장과 달리 북한은 공장 재가동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한치 양보없는 대립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남북교류협력 사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이 남북교류협력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문제 속에 다른 여타의 남북교류협력이 갖고 있는 한계점과 문제점이 포괄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이 개성공단 실무회담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일 경우 모처럼 찾아온 화해분위기가 원점으로 되돌아 갈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통일부 개성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