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부사장, 대한항공 화물부실 '산' 넘을까?

항공화물시장 침체 "순탄치 않을 것"
中 화물항공사 매각, 260억 '공중분해'..상황 여의치 않아

입력 : 2013-07-23 오후 6:06:12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조원태 대한항공(003490) 부사장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진 화물사업을 회생시키는 임무다.
 
만약 조 부사장이 이번 임무를 완수한다면 향후 경영권 승계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조 부사장 개인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제 경기 침체로 각 항공사마다 화물사업 부진으로 울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중국 항공화물사업을 부실에 따른 철수로 마무리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올 2분기 '영업적자' 전망..'화물'이 발목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3조397억원, 영업적자 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하락의 주된 이유로는 화물부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올 1분기 일드(1㎞ 수송기준 지급 가격)가 3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7원)보다 10원 이상 줄었다.
 
이에 따라 올 1~5월 화물운송량은 30만534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만3663톤)에 비해 11%나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부문은 당분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지난 2010년 상반기 이후 IT제품들이 기존의 노트북·발광다이오드(LED) TV·컴퓨터 등 무거운 제품에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가벼운 제품으로 변화며 항공화물 이용 수요가 많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조양호 회장이 장남을 화물본부장으로 내세우면서 화물부문 실적 개선 의지를 나타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 화물항공사, 단돈 180원에 매각..260억 날려
 
여기에 최근 분위기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 회사가 강력한 의지로 추진했던 중국내 항공화물사 '그랜드카고'가 단돈 180원에 중국 항공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중국 화물운송시장 개척 전략을 채택해 260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그랜드스타카고는 최근 중국 화물항공사 '유니톱에어'에 인수됐다. 매각 대금은 180원(1위안)으로 대한항공은 투자한 2380만달러(약 260억원)를 모두 잃게 됐다.
 
그랜드스타카고는 지난 2007년에 세워져 중국 톈진 빈하이공항을 거점으로 삼고 상하이와 홍콩,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운항했다. 2011년에는 대한항공과 코드쉐어링(code sharing·죄석 공동이용 협약)으로 인천에 취항하기도 했다. 한때는 중국 물류시장 확대에 맞춰 화물기 10대 이상의 중견 화물 항공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외부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 적자가 누적되자 파산 결정을 내리고 보유 항공기 1대 등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그랜드스타카고는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냈고, 2010년엔 182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현재 그랜드스타카고의 지분은 시노트랜스가 51%, 대한항공이 25%, 하나대투증권이 24%를 보유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대한항공이 다시 중국 화물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좀처럼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데다 현지 화물항공사들이 성장해 국내 항공사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신익환 기자
신익환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