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혈세 국고보조금'으로 배불린 기업인·공무원 93명 구속

비리단체 70개 적발 312명 입건..631억원 환수조치
"학교·종교단체도 '눈먼 돈'으로 생각 죄의식 없어"

입력 : 2013-07-24 오후 3:44:0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민들의 혈세로 마련된 정부보조금 수백억을 허위 수령하거나 자기돈처럼 써 온 기업과 대학, 종교단체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검찰청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TF(팀장 이동열)은 24일 정부보조금 비리사범 70개 단체 312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9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허위 수령하거나 빼돌린 631억원을 전원 환수조치 시켰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보조금 비리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왔다.
 
정부보조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특정산업의 육성, 기술의 개발 및 향상 등을 목적으로 무상 교부하는 자금을 말한다.
 
법률 규정에 의해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에 쓰도록 되어 있으며 지난해 한 해에만 46조4900억원이 지원됐다. 이 금액은 국가 전체 예산의 14%에 달하는 규모로 이번 단속을 통해 보조금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발견됐다.
 
이번에 입건된 정부보조금 비리사범은 기업체는 물론, 대학 등 학교기관과 종교단체, 시민단체 소속 인원들로 단체의 성질이나 지원보조금의 규모와 관계없이 정부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열 TF팀장이 24일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정부보조금 비리사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 있는 여행전문업체 A사는 2008년 9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적선도기업(돌봄여행사업)으로 선정된 뒤 지원받은 국고보조금 10억원과 민간대응투자금 10억원 등 총 20억원을 카지노업체 주식매입 등으로 사용해 횡령했다.
 
돌봄여행사업은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등 전문 돌봄인력이 국고지원 여행대상자인 장애인이나 노인을 동행해 수행할 때 쓰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업체는 국가가 지원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여행 경비를 카지노 주식 매입에 투자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2년 5월 이 업체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건설장비업체 B사는 수도권 공장이 없으면서도 전남도청 소속 투자유치자문관 등과 짜고 공장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서류상으로 공장을 전남 영광군으로 이전하고 100억원을 투자할 것처럼 속여 '수도권기업 이전지원 국가균형 발전 보조금' 7억7000만원을 가로챘다. 서울중앙지검은 2012년 11월 B사 대표와 전남 투자유치 자문관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김제시에 있는 수박가공업체 C농원은 농림부가 주관하는 향토사업 육성사업인 '김제시 수박가공사업'에 참여한다며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공사계약서를 부풀리고 자부담금 지급내역 등 서류를 조작해 제출해 김제시로부터 10억원을 타낸 뒤 빼돌렸다. 지난 5월 전주지검은 가공업체 대표를 구속하고 관련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지자체 지역특화개발사업과 관련한 보조금 편취사례가 전국적으로 수십건 적발돼 특화개발사업 보조금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 달서구에 있는 D대학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서업' 국고보조금 지원대학 선정지표인 '정원 내 재학생 충원률' 및 '취업률'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등 지표를 조작해 국고보조금 약 23억 원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대구지검 서부지청 지난 1월 이 대학 총장과 교수 6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보육교사를 채용한 것처럼 가장해 지자체로부터 영아기본보조금 등 52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어린이집 원장 등 4명이 불구속 기소됐으며, 장애인 재활근로작업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 운송차량 운영 보조금 등 2억 원을 횡령한 장애인복지연합회 이사장 등 3명이 구속됐다.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공무원들도 대거 입건돼 사법처리됐다.
 
지난해 12월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친환경식품산업 인프라 지원사업'과 관련해 자격이 없는 영농조합 대표에게 마음대로 보조금 4억3200만원을 지급한 무안군청 공무원 2명 구속했으며,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김 생산업체를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허위자 부담금 서류 등을 제출해 보조금 4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보령시청 자치행정국장을 구속했다.
 
또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지난해 4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업체 대표로부터 '수도권기업 이전지원 국가균형발전 보조금' 관련 청탁과 함께 6000만 원을 수수한 동해시장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수사결과 "보조금 지원 명목이 수백개에 이르고 각 사업별로 지원요건이 다를 뿐만 아니라 지원된 금원 집행과정에 대한 검증 체계의 미비로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학교 총장, 성균관장 등 사회지도층부터 농어촌 주민까지 각종 국가보조금을 빼돌려 생활비, 카지노 도박자금, 주식투자비, 변호사비용 등으로 마음대로 사용하는 등 부당 수령에 대한 죄의식조차 없는 모럴 해저드 현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보조금 운영에 대해 정기적인 '정부 유관기관 합동 점검'이 필요하고 보조금 비리가 중한 범죄임에도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되고 있으므로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개선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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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