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 둔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일부는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소·영세기업과 수출 기업을 지원하고 철도 산업 발전을 촉진시키기위한 정책들을 발표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7%의 성장 마지노선을 지키기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니부양책, 시장에 활력 제공 기대
지난 24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통해 소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발표했다.
국무원은 "중국 경제는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시장에 보다 많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타난 경기부양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중소·영세 기업의 세금을 당분간 면제시켜주는 것이다.
국무원은 다음달 1일부터 월간 매출액 2만위안 이하 기업들의 부가가치세와 영업세 징수를 잠정적으로 면제키로 했다. 이는 과세부담을 공평화하려는 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최소 600개 이상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두 번째는 수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것이다.
당국은 무역 편리화와 수출입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통관 간소화 규정을 제정하고 행정사업 비용의 징수를 줄이기로 했다. 또한 수출 상품의 법정 검사비용을 당분간 면제하고 검사 상품의 분류도 줄이기로 했다.
더불어 상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수입기업에 대한 대출 이자의 재정보조금 규모를 늘리는 등 수입 측면에 관한 관심도 높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 시설이자 민생 프로젝트인 철도 건설을 가속화하고 민간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등 투·융자 체제를 개혁하기로 했다.
국무원은 "철도 건설에 대한 투자 및 융자 시스템을 개혁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고 광시·신장·구이저우 등 중서부 낙후지역에 철도 건설을 집중해 지역의 균형적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미니부양책 주요 내용>
◇경제 취약점 살피는 '맞춤형 부양책'
시장에서는 국무원의 이번 발표를 '부양책'으로 지칭하는 것에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책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루팅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미니 부양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적은 규모지만 공급 측면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켈빈 라우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이번 조치를 부양책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재 중국 경제는 정책 완화를 부를만큼 충분이 둔화돼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미니 부양책이 중국 경제의 취약점을 고루 살피며 '맞춤형 처방'을 내렸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은 과거 국유 대형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 맞닿아있고, 수출이 예상 밖의 감소세를 보인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 역시 합리적인 판단이란 설명이다.
또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서부 지역으로 철도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지역간 균등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으로 해석됐다. 과거 경제 성장 과정에서 철도 건설은 중국의 주요 인프라 설비 사업이자 민생공정으로 꼽히며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철도 사업의 확대는 철강·시멘트 산업의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됐고, 자금 조달 방식의 다변화는 다량의 사회자본을 흡수해 지방정부의 과다 부채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번 부양책은 5년전 4조위안을 쏟아부었던 대규모 부양책과도 비교되며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에게 더 많은 운용폭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부양책이 부동산 투자 등 효과를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쪽으로는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적인 부분에 힘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국무원은 "한정된 자금과 자원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부양책은 글쎄"..지준율 인하 가능성 주장도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구체적인 개혁 목표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경제의 눈에띄는 성장을 이끌만큼은 아니라는 평가에서다.
마샤오핑 HSBC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는 경기의 강한 반등을 유도할 수는 없겠지만 경기를 안정시키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뒤따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리커창 총리는 앞서 수 차례에 걸쳐 "시장의 동력을 제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며 "취약한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시장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이 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러우지웨이 재정부 장관이 "올해 중에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없을 것"이라며 "성장과 고용 촉진을 위한 소규모 부양책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미니 부양책과 비슷한 규모의 후속 조치들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리우용 산둥거시경제연구원 원장은 "환경보호 산업과 서비스업 등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많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산업들은 불경기에 더 큰 위험에 직면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이들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우 원장은 "3분기 경제는 저점에 이를 것"이라며 "미니 부양책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4분기에는 경제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의 일환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다리우스 코왈츠크 크레딧아그리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로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며 "정책 당국은 환율을 안정시켜 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이 4분기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장 유동성을 느슨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즈웨이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하반기 중 지준율이 1%포인트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인민은행이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