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예고된 희생..삼성, 책임을 보여야!

입력 : 2013-07-27 오후 2:31:35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또 사고다. 내리 3일째다. 가히 재난이다. 26일 울산 삼성정밀화학 폴리실리콘 신축 현장에서 1400톤 대형 물탱크가 붕괴되면서 3명이 죽고, 12명이 크게 다쳤다. 중상자 중 일부는 상태가 심각하다.
 
사고는 새로 제작한 물탱크에 물을 채워 넣고 수압에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상공에 매달린 물탱크가 하중과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 종잇장처럼 내려앉으면서 밑에 있던 근로자들을 덮쳤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변 근로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아 일어난 어이없는 사고였다. 인재였음은 다른 정황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난 25일부터 물탱크 이음새에 있는 볼트 4곳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도 이를 시인했다. 삼성정밀화학은 “물탱크에서 누수현상을 발견해 보수하는 과정에서 탱크가 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물탱크는 철판을 볼트로 이어붙인 구조로 돼 있는데 볼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은 지난 4월에도 염소가스 누출 사고로 근로자 6명이 부상을 입은 바 있다.
 
하루 전날인 25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암모니아 가스 누출로 의심되는 사고가 일어나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더욱이 이곳은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1명이 죽고, 4명이 다친 바로 그곳. 5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불산이 누출돼 3명이 다쳤다.
 
통증을 호소했던 근로자 4명이 별 탈 없이 귀가하고, 관계당국의 측정 결과 암모니아 농도가 0ppm으로 나와 소동으로 끝나긴 했지만, 불산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근 주민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앞서 24일에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3라인 옥상 배기구에서 일어난 화재로 근로자들이 대피하고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쯤 되면 화약고나 마찬가지.
 
삼성은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사회적 지탄에 직면하자 “환경안전에 대한 불시점검을 강화하고 문제가 지적될 경우에는 실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간주, 제재와 처벌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적만으로도 사고에 준하는 처벌을 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한 책임 규명이 뒤따를 것이란 지침이었다.
 
그럼에도 각 사업장에서의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관계자들은 그저 “경찰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를 들면서 해명에 급급했다. 일부 감싸기로까지 비쳤다. 이러다 끝내 사람이 또 다시 죽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껏 사고로 인한 희생자 대부분은 협력사 직원이었다.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인식. 잇단 사고를 접하고도 최고책임자 입에서 나온 터무니없던 이 말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되레 이 같은 인식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삼성 스스로 이익에만 쌓여 있다 보니 '누구를 탓하겠느냐'는 자조마저 흘러 나왔다.
 
또 다시 근로자들 죽음을 대하게 된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책임자 처벌 없는 수습은 미봉책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명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는 책임지는 자세가 선행될 때만이 가능하다. 희생의 연속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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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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