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2% 오른 5210원으로 의결했다. 이번 최저임금안은 노사 이의신청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5일 최종 고시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재계는 최저임금안의 적정성을 두고 반발하는 가운데 매년 똑같은 논란이 일자 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고용부 산하에 최저임금위원회를 열고 두달에 걸친 논의 끝에 2014년도 최저임금을 5210원으로 의결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 108만8890원이 된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절차(자료제공=고용노동부)
그러나 이에 대해 29일 민주노총은 "근로자 1명의 월 생계비는 151만원인데 최저임금으로는 월 100만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으며,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도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아 일자리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해마다 반복되는 최저임금 논란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부문의 각 9명으로 전문위원회와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의결한다.
이때 최저임금 의결의 칼자루는 대학교수와 노동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이 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가 모인 근로자위원과 전경련와 기업체 대표로 이뤄진 사용자위원은 서로가 주장하는 최저임금안을 놓고 팽팽히 다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임위원회 위원들이 최저임금 산출을 위한 전원회의를 열고 있다.(사진제공=고용노동부)
이에 대해 공익위원이 원론적, 이상적인 수준으로 최저임금에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위원 측에 참가했던 민주노총의 관계자는 "위원장인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 위원 대부분이 경영·경제학 전공자로 노동계 실상을 모른 채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부담론에 편드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경영총협회 관계자는 "공익위원이 기업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 등 일방적인 주장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태도를 보였다"고 반박했다.
서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또 1987년 출범후 매년 300여쪽의 경위서만 낼 뿐 한번도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위와 전원회의를 통해 임금 수준을 정한다지만 내부적으로는 밀실 회의기 때문에 어떤 기준과 근거로 임금이 심의되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박준성 제8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고용노동부)
이에 따라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익위원의 전문성이 결여된데다 최연장자가 공익위원을 맡는 등 불합리한 구조"라며 "정부가 공익위원 임명의 전권을 행사하는 공익위원 선출방식을 개선하고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한 전문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도 "헌법재판소 재판관처럼 대통령과 여·야가 각 3인씩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의록 공개도 관건이다. 참여연대는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이 가장 많은 인상률을 나타냈다고 자화자찬이지만 근거도 알 수 없는 임금 인상안"이라며 "회의록을 공개해야 임금 인상을 둘러싼 투명성 문제와 흥정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위원회에 최저임금 의결의 모든 것을 던져 놓지 말고 임금의 대략적 범위를 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위원회가 운영하는 전문위에서 사안별로 노사 의견을 수렴하지만 체감 경기상황이 서로 달라 최저임금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정부가 합의점을 대략적으로 정해주고 위원회가 구체적인 수준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정부가 기획재정부와 고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종합한 임금 인상안을 먼저 제시하고 위원회가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노동계와 재계 중 어느 한 쪽만 편든다는 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