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본격 돌입했다. 기본계획은 국가 에너지정책의 최상위 틀로써 오는 2033년까지 경제, 산업 등 국내 에너지 관련 전 분야를 총괄하게 된다.
이에 2차 기본계획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최근 국내 원자력발전소 비리 등으로 원전을 줄이자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태양광과 수력·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실용화할 지도 관건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발표를 목표로 실무 그룹을 구성해 2차 기본계획 초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처음 세운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다. 당시 정부는 5년마다 2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1차에서는 에너지원 다변화에 초점을 맞춰 2028년까지 에너지 비중을 원자력(41%)과 석유(33%), 신재생에너지(11%) 순으로 조정했다.
2차 기본계획의 방점도 에너지원 다변화에 있지만 1차에 비해 원전 비중을 낮추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 불안감이 높아진데다 같은 해 9·15 전력대란 후 원전 중심의 전력공급 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 국가별 에너지원 구성 비율(2008년 기준)(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에너지 정책에서 경제성과 효율성만 추구했다"며 "이제는 안전성과 환경성도 고려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진현 산업부 제2차관도 지난 5월 차관회의에서 "원전 비중 등 에너지 정책은 모든 국민이 직접적 이해관계자"라며 "관계부처의 적극적 참여와 원활한 소통채널 구축을 요청하겠다"고 말해 원전 비중 축소 가능성을 열고 각계 의견을 수렴할 뜻을 내비쳤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도 주목된다. 정부는 매번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성과 환경성을 내세우며 새 에너지원을 발굴을 강조했지만 정작 예산이나 정책 우선순위는 뒷전이었다.
산업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을 11%로 내세웠지만 정작 2% 정도 보급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신재생 관련 예산을 전년의 9982억원에 비해 14.7% 준 8512억원으로 편성했다.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목표(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에경원 관계자는 "그동안 역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빛을 보지 못한 것은 구체적인 보급정책도 없는 상태에서 추상적인 목표만 설정한 탓"며 "현실성 있는 보급정책을 만드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가격 현실화도 쟁점이다. 업계는 고질적 에너지 수급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가격 현실화를 주장했고 정부 역시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물가와 국민 여론 등에 떠밀려 제대로 논의도 못 했지만 이번에는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대책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발전설비 용량 증가 추이(2013년 7월30일 기준)(자료제공=전력거래소)
그러나 현재 실무 그룹별 초안 작성 중인 산업부 입장은 업계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원전 비중에 대해 문신학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제5·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원전 11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다만 1차 기본계획 때 원전 비중을 현재의 30%에서 59%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은 이번 2차에서 조금 더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송유종 산업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산악이 국토 면적의 70% 이상이고 유수량이 적은 국내 지형적 여건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한계가 있다"며 "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삼림자원이 풍부한 독일, 유수량이 많은 일본 등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1000㎿ 전력생산을 위해 필요한 부지 면적(자료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을 통해 1000㎿ 전력을 생산하려면 여의도의 10배인 3300만㎡ 면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원전은 여의도 면적의 10분의 1만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