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 제약사 최초로 '1조 클럽' 가입이 가사화됐다.
주인공은 만년 2위인 유한양행. 부동의 1위였던 동아제약이 지난 4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동아ST와 동아제약으로 분할된 것이 컸다. 동아제약은 분할 후 비상장사로 돌아섰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서도 상위 제약사들의 전반적인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면서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악몽과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악재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매출액 4518억원을 기록하며 새롭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6.4% 늘어난 245억원을 기록했다.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따낸 신약 국내 판권이 주효했다. 유한양행은 2010년 이후 고혈압약 ‘트윈스타’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미키르디스’, 당뇨약 ‘트라젠타’, 폐렴백신 ‘프리베나’ 등 신약의 국내 판권을 줄줄이 따냈다.
유한양행은 이들 품목에서 상반기에만 약 83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판권을 확보한 약들이 기존 약들에 비해 효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우수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깜짝실적을 내놓으며 시장을 놀래케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90억원)에 비해 226% 뛰어오른 294억원의 영업이익을, 대웅제약 역시 같은 기간 231% 증가한 3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제약업계 선전을 이끌었다.
대웅제약이 전년 동기(3456억원) 대비 7% 감소한 3212억원의 매출을 보인 반면 한미약품은 같은 기간 매출에서도 5.9% 신장한 3499억원을 기록하며 차이점도 드러냈다.
대웅제약은 올해 다국적제약사 MSD와 당뇨병치료제 ‘자누메트’, ‘자누비아’,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한국다이이찌산쿄와는 고혈압복합제 ‘세비카’ 등을 공동으로 마케팅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들 제품들은 아직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신약들”이라며 “이들 품목의 매출 규모가 늘어나 실적 개선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 역시 상반기 발매한 고혈압 복합제 ‘텔미누보’의 선전과 주력품목의 안정적 매출 덕에 지난해 같은 기간(266억원)에 비해 21.9% 증가한 3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녹십자는 상위 제약사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감소되며 자존심을 구겨야만 했다.
녹십자는 전년 동기(362억원) 대비 20.2% 감소한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 증가한 3853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올 1분기 R&D 투자 비율이 다른 분기보다 높았다. 특히 1분기에 여러 임상시험들이 몰리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며 “이로 인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예상치보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실적이 좋았다”면서 “전반적으로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악재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