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겨우 불러 열린 국조..여당 '방어막' 야당은 "부정선거"

입력 : 2013-08-05 오후 4:50:09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열린 국정원에 대한 기관보고가 우여곡절 끝에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1시간 가량 공개된 회의에서 여당은 검찰의 기소 내용 자체를 부인하며 국정원 댓글공작이 정당한 활동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새누리당측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기조발언 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서 민주당 소속인 신기남 국조특위 위원장의 표현을 문제 삼았다.
 
권 의원은 "신 위원장이 정확한 표현을 쓰지 않고 마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인 것처럼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진 기조발언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매관매직하여 일으킨 정치공작"이라며 "제2의 김대업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대선 막판에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패배 기색이 짙자 국정원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대선개입으로 둔갑시켜 국민을 호도했다"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언론장악, 불법감청 등 국정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되살릴 경우 대선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일으킨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권 의원은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선거법 기소가 부당하다며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동시에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선거법 적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아무리 찾아봐도 원 전 원장이 대선에 관여하고 개입했다는 발언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이를 선거개입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선거개입 혐의를 적용한 댓글의 대부분은 NLL, 북한 미사일, 금강산 관광 등 주로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댓글"이라며 "선거개입의 의도가 있었다면 모든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인 비판글을 게시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이는 국정원의 주장대로 종북세력 또는 간첩에 대한 추적활동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이번 국정원 국정조사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검찰 기소와 사법부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법률의 규정 위반과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야의 국조 합의를 어렵게 태어난 '옥동자'라고 주장했으나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국정조사에 대해 "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가 대선패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국조 범위와 무관한 사람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하며 국조를 정쟁의 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NLL 포기 발언과 대화록 실종의 책임에서 벗어나 당내 입지를 굳히고 국정원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정원을 적극 두둔한 새누리당에 반해, 민주당 기조발언자로 나선 정청래·박영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민주당측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 허위면 문재인 후보에게 책임지라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검찰에 의해 범죄가 확인됐다"며 "이제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때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민 앞에 말씀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이어 "국회의원 선거도 보좌진이 잘못하면 책임진다. 한 표라도 도움을 받은 분은 박 대통령이다. 김무성, 권영세를 내놓아라. 청문회장에 보내라. 국민께 사과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말씀하라"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아울러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역전했다는 '한국일보' 기사가 나온 날"인 '12월14일'을 언급했다.
 
이날은 박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가 책임지라'고 한 날이자,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던 김무성 의원이 부산 서면 유세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속 NLL 관련 발언을 읽은 날이기도 하다.
 
정 의원은 경찰이 12월14일 국정원 직원의 댓글을 발견하고도 이틀 뒤인 12월16일 그것을 은폐하는 CCTV 영상을 보여준 후, "경찰은 댓글 흔적을 삭제하고 보도자료를 허위로 조작해 발표할 음모를 꾸몄다. 박 후보는 이같은 경찰의 왜곡 발표전 댓글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의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의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를 강하게 비판하며, 박 대통령의 사전 보고여부를 캐물었다.
 
박 의원은 "남북정상회담록 무단 공개는 국가정보원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독단으로 했다면 남 원장은 이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다면 박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 원장은 회담록을 겁없이 공개했다. 국민에게 백색 테러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세계에서 유래 없는 국가적 수치"라며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는지 오늘 답변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남 원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아울러 극우 사이트인 '일베'가 국정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 일베가 광고 중단을 겪으면서도 수천만원의 서버 비용 등 사이트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며 "국정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똑같이 세금을 낸다. 그런데 그 세금으로 어느 특정 정당과 집단을 위해 나머지 국민을 향해 창뿌리를 겨누고 백색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유신의 부활을 우려하며 국정원 개혁, 박 대통령의 사과, 남재준 원장의 해임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은 의원들의 기조발언에 앞서 "국정원 수장으로서 진위여부를 떠나 대선 때 저희 직원이 연루된 사건으로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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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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