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대기업들 거액 출자..비빌 언덕 만들었나(종합)

출자자 대거 변경됐지만 그대로 승인.."방통위가 편법 자초"

입력 : 2013-08-05 오후 9:44:31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과 JTBC, 채널A 등 3개 종편에 출자한 대기업 자금만 920억4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는 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업자(PP)의 승인심사 검증 결과'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출자 현황을 공개했다.
 
출자금액은 TV조선이 500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채널A는 329억9000만원, JTBC 90억원 순이었다.
 
기업집단으로는 한진과 부영건설이 TV조선에 각각 300억원과 170억5000만원을 출자한데 이어 한화가 채널A에 109억9000만원을 출자하는 등 높은 출자비율을 보였고, KT도 3개사에 각각 60억원을 출자했다.
 
현대도 JTBC와 채널A에 각 60억원을, 현대중공업과 KCC가 각 50억원을 채널A에 출자했으며 대성은 TV조선과 JTBC에 총 40억원을, SK도 채널A에 30억원을 출자했다. 코오롱도 JTBC와 채널A에 각 20억원을 출자했으며 한국투자금융이 채널A에 15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그룹 면면을 보면 대부분이 정치적,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이라며 "이들 기업이 언론사의 주주로 참여해 비빌 언덕을 만드려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들 대기업들을 포함해 당초 종편 사업 승인신청 당시와 비교했을 때 출자자들의 면면도 많이 달라졌다.
 
사업 승인신청 당시 이들 3개 종편에는 385개 법인이 1조993억7100만원의 출자를 약정했지만, 승인 신청 이후 46개사가 애초 991억2000만원이던 약정금액을 822억3600만원으로 줄여서 출자했고, 120개사는 1606억300만원의 출자 약정을 아예 철회했다.
 
출자를 철회한 기업들을 대신해 92개사사 1594억7300만원을 새롭게 출자했다.
 
채널A의 경우 출자자 변화가 가장 심했다. 승인 신청 당시 184개 법인주주가 3901억7100만원의 출자약정을 했지만 그 중 79개사가 808억5300만원의 약정을 철회했다. 채널A는 이를 대신하기 위해 43개 신규 법인주주를 대거 모집했다.
 
김상조 교수는 "주문한 상품과 배달된 상품이 너무 달랐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한 종편 사업자와 실제 출범한 종편 사업자와 실제 출범한 종편사는 완전히 다른 회사"라고 지적했다.
 
(사진=조아름기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종편 출자 현황 (단위: 백만원)>
(자료제공=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방통위의 헐거운 심사 기준도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방통위는 승인 신청 당시와 승인장 교부 시 주요주주가 변동된 경우 승인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통의 지배권 하에 있는 특수 관계인 주주들을 개별 주주로 분류하면서 스스로 규제의 '사각지대'를 만든 셈이 됐다.
 
한국컴퓨터지주의 계열사인 한국컴퓨터, 로지시스, 케이씨에스, 한네트, 한국트로닉스 등 5개사는 JTBC에 각각 50억원씩 총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정했지만 로지시스, 케이시에스, 한국트로닉스는 승인 이후 출자 약정을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인 주주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한국컴퓨터는 JTBC의 2대 주주로, 실질적 주요주주의 지분이 변한 것이 된다.
 
채널A의 주요주주인 다함이텍 역시 그 계열사인 다함레저(50억원)의 출자 약정은 철회하고 다른 계열사인 다함넷(30억원)이 신규 출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심사 기준 하에서는 승인 신청을 위해 실제 이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출자 약정을 끌어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그런 편법을 자초했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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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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