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결국 '캡틴' 박지성의 마지막 선택은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이었다.
다수의 유럽 언론과 박지성측 인사에 따르면 박지성은 6일 오전(한국시간) 그동안 절차 문제로 1주일 정도가 지체된 PSV아인트호벤과 계약을 마치고 현재 네덜란드 정부의 워크피밋(노동 허가서)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이적은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이적 형태로 이뤄졌으며 계약의 세부 조건 일체는 양자간의 합의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박지성측 측근 인사에 따르면 "에인트호번에서 100만 유로(약 14억7000만원)를 받고 QPR(퀸즈파크레인저스)이 5억원 정도 보전해 실제 받을 연봉은 2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박지성은 8년만에 친정팀인 PSV로 복귀한다. 박지성의 PSV 복귀전은 오는 18일 고 어헤드 이글스와의 에레디비지(네덜란드 프로축구) 4라운드인 홈 경기가 될 전망이다. 에레디비지는 이미 지난 4일 개막한 상태다.
박지성의 이번 이적은 친정팀으로서의 복귀와 지난 시즌의 아픔을 떨쳐내고 자랑스러운 선수생활 은퇴를 준비할 알맞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그런 측면에서 박지성의 이번 이적은 세 가지의 핵심 키워드로 정리된다.
(사진=이준혁기자)
◇임대 - 박지성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박지성의 이번 이적은 임대 형태로서 '원소속 구단'이 QPR임은 아무런 변함이 없다.
국내에도 QPR에서 박지성이 힘들어한 온갖 요인과 실제 사례가 매우 상세히 자주 보도됐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약체 팀에서 많은 심적 고통을 겪은 만큼 박지성이 QPR을 완전히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지성에게 임대는 결코 불리한 조건이 아니다.
우선 연봉 문제가 있다. 박지성은 QPR에서 70억여원(추정)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지성이 완전 이적하면 PSV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다.
PSV는 지난 2011년 구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연봉의 상한 금액을 100만유로(한화 약 14억7000만원)로 정했다. 예외적 상황이 아니면 이를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 박지성이 PSV에서 활약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조건이다.
그런데 '임대'란 형식을 활용해서 어느정도 문제를 해결했다. PSV측이 박지성에게 100만유로를 주고, OPR에서 30만~40만유로를 보전해 한화 20억원 정도로 맞췄다.
다음 시즌 이후에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임대는 악수(惡手)만은 아니다.
QPR은 부진한 성적으로 지난 시즌 챔피언십(잉글랜드 프로축구 2부리그)으로 강등됐지만, 다음시즌 프리미어리그(EPL) 재진입을 위해 노력 중이며 만약 QPR이 뜻한 목표를 이룰 경우 박지성은 다시 EPL 팀에 소속된다.
물론 QPR이 EPL로 다시 오르고 박지성도 기량적 면에서 뒤쳐지지 않으며 좋은 감독을 만나야 한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EPL에서는 고전하던 QPR이지만 챔피언십에서는 좋은 기량을 펼치고 있다.
◇코쿠 감독 - 출전 기회 불이익 없을 것
박지성은 지난시즌 QPR을 지휘하는 사령탑이 해리 레드냅 감독으로 바뀌면서 경기에 뛰는 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주장 완장을 달았지만 벤치만 달군 시간이 많았다.
결국 영국의 축구 전문 사이트인 커트오프 사이드는 지난 6월9일 QPR의 시즌을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하며 박지성을 최악의 선수로 분류했다.
'명문 구단' 맨유를 떠나 EPL의 신생팀과 다름없는 QPR로 둥지를 옮긴 그로서는 출전 기회도 없어 속상한데, 이로 인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악평을 듣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PSV에서는 그렇게 될 일이 없을 듯 싶다. PSV는 은퇴한 마크 반 보멀, 이탈리아 AS로마로 이적한 케빈 스트루트맨 등 주전 상당수가 빠지며 전력 공백이 크다. 최고령 선수가 겨우 29살(스테인 스하르스)일 정도로 선수들의 경륜이 부족하다. '맏형' 역할을 맡을 선수가 필요한 것이다. 박지성에 눈에 띄게 부진하지만 않는다면 출전기회에 불이익을 얻지는 않을 듯 싶다.
게다가 이번 시즌 PSV를 이끌 코쿠 감독은 박지성과 선수 시절을 함께 했다. 그는 "박지성은 경험도 풍부하고 우리 클럽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좌우 측면은 물론 중앙까지 미드필더 전 영역을 소화할 수 있다"고 호평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같은 탑 클래스 팀에서 활약한 만큼 경험면에서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성의 '경험'을 중요시한 것이다.
(사진=이준혁기자)
◇컴백 - 박수 받으며 은퇴할 길 마련
박지성은 아직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최상급 선수다. 설령 나이로 인한 체력적 문제 때문에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미국프로축구(MLS)나 아시아 축구 리그에서 뛰는 방법도 있다. 아직까지 MLS나 K리그 등에선 그의 기량이 충분히 통할 상황이다. 한국 국가대표팀이 나쁜 성적을 보일 때마다 '박지성 대표팀 복귀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될 정도로 박지성은 아직도 유효한 카드다.
하지만 박지성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원한다. QPR에서의 연봉의 절반만 받으면서도 아인트호벤 임대를 선택한 이유로 꼽힌다.
아인트호벤은 박지성의 유럽 첫 팀인 동시에 젊은 날 그의 전성기가 시작된 팀이다. 그는 이곳에서의 좋은 활약을 토대로 세계 최고의 명문 팀으로 꼽히는 맨유로 이적해 만개한 기량을 펼쳤다.
아인트호벤에서 박지성은 세 시즌 동안 총 92경기에 출전해 17골을 넣었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의 지휘 하에 2004~200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이뤄냈다.
때문에 아인트호벤 팬들도 박지성에게 호감이 적지 않다. '위 송 빠레'란 제목의 응원가를 팬들이 만들어서 그에게 선물했을 정도다.
자신의 전성기가 시작된 익숙한 팀에서 친근한 동료였던 감독의 믿음과 팬들의 성원을 받으며 선수로서의 생활을 아름답게 마치는 해피엔딩의 드라마. 박지성은 아인트호벤 이적으로 이를 이루려 한다. 2군리그로 강등되며 비용을 줄여야할 QPR로서도 감독의 신임도 얻지 못하고 '고액연봉자'로 꼽히며 많은 비난을 받아온 박지성의 임대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아인트호벤 컴백은 '신의 한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