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원유매입에 경쟁사보다 900억대 더 지불..왜?

상반기 매입가 배럴당 108.78달러..경쟁사 평균보다 0.85달러 높아
원유공급처는 1대 주주인 '아람코'

입력 : 2013-08-07 오후 4:31:1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Oil이 올 상반기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국내 경쟁사들보다 1천억원 가까운 비용을 더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S-Oil(010950)은 지난해를 제외한 2010년과 2011년에도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원유를 들여 왔다.
 
지분 35.0%를 보유, S-Oil 1대 주주이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원유 공급처다. 그럼에도 평균 매입 가격은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뉴스토마토>가 7일 단독으로 입수한 석유공사 내부자료에 따르면, S-Oil이 올 상반기 수입한 원유 평균 매입가격은 배럴당 108.78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이 108.65달러, GS칼텍스가 107.67달러, 현대오일뱅크가 107.49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 3사보다 배럴당 평균 0.85달러 높았다. 3사 평균은 107.93달러였다.
 
총 수입량을 더하면 격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달러당 원화 1100원 기준 환율을 적용할 때 S-Oil은 경쟁사 대비 무려 991억7264만원이나 더 비싼 값에 원유를 들여온 셈이 된다. S-Oil의 올 상반기 총 원유 수입량은 1억606만7000배럴이다. 이는 S-Oil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4264억원)의 23.26%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S-Oil이 값비싼 원유를 들여온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를 제외한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비싼 단가로 원유를 들여왔다. 단 1센트라도 싼값에 원유를 들여와야 수익률이 올라가는 업계 특성을 감안할 때 1대 주주로부터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S-Oil의 2010년 연간 평균 매입 단가는 배럴당 79.2달러로 업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는 78.08달러에 원유를 수입했다. 배럴당 무려 0.94달러 비싸게 들여온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3사 평균인 78.49 달러와 비교해도 0.53달러 높았다.
 
같은 기간 S-Oil의 총 원유 수입량은 1억8435만2000배럴로, 당시 기준환율인 1156.26원을 적용하면 무려 1130억원을 더 주고 원유를 수입한 것이 된다. 이는 당시 연간 영업이익 8330억원의 13.56%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1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S-Oil의 원유 평균 매입가는 108.46달러로 정유 3사 평균 108.04달러보다 0.42달러 더 비쌌다. 같은 기간 원유 총 도입량 2억1832만4000배럴에 당시 기준환율 1107.93원을 적용하면 연간 영업이익 1조6337억원의 6.21%에 해당하는 1016억원을 더 준 셈이다.
 
다만 지난해는 사정이 달랐다. 경쟁사들보다 0.39달러 싼 112.68달러에 원유를 들여왔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올 상반기 다시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입가를 기록했다.
 
업계 1·2위인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조금이라도 더 싼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각각 25개국, 21개국을 돌아다니며 장·단기 공급을 체결하는 데 반해 S-Oil은 매입 창구를 아람코로 일원화시켰다. 아람코와의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안정적 공급처 확보는 물론 수입원가에 대한 부담도 덜 것으로 업계는 판단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난 3년간의 평균 매입가를 보면 지난해를 제외한 2010년과 2011년,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S-Oil이 가장 비싸게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평균 매입가 추이 또한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높았다. 특수관계의 지위가 오히려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대 주주의 위치를 감안하면 경영 현안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고, 이는 공급처와 단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아람코가 사실상 원유 매입 단가에 대한 결정권을 쥐면서 S-Oil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것이다.
 
이런 의혹은 지난해 양측이 20년 장기공급 계약을 맺으며 더욱 짙어지고 있다. S-Oil과 아람코는 지난 1991년 20년 장기 도입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계약기간을 20년 더 연장했다. 경쟁사들이 유가 변동에 대응키 위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거나 스팟성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과는 분명 대비되는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원유 도입 단가를 낮추기 위해 거의 대부분 연간 단위의 단기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갱신해 나간다"면서 "S-Oil은 장기계약을 통해 안정성은 확보했을지 모르지만 경쟁사 대비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S-Oil은 지난 7월 523억8928만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정한 데 이어 같은 달 중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성향을) 40% 내지 50% 이상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그간의 높은 배당성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S-Oil은 지난해 업황 악화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음에도 3086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S-Oil은 원유 평균 매입가가 최근 3년간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과 관련해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유종과 매입시점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업체들의 매입 단가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S-Oil 측 해명이다.
 
S-Oil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들여오는 유종이 다르고, 구입 시기도 제각각"이라면서 "우리 구매 방식이 경쟁업체와 다르다고 해서 이를 도입 단가와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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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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