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 생존자들 간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올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 이상 급등하며 '탑3'인 삼성전자, 도시바, SK하이닉스가 일제히 낸드 라인 증설 투자에 나선 상황. 이 가운데 일본 엘피다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전열을 재정비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경쟁에 본격 합류하며 열기를 높이고 있다.
7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005930)와 도시바가 각각 시장점유율 37.7%, 28.7%로 확고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000660)가 마이크론을 꺾고 3위로 올라섰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 5개사 중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점유율만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 2분기 주요 낸드플래시 업체 이익 및 시장점유율.(사진출처=D램익스체인지)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평균 이익이 전 분기 대비 11.2% 상승한 가운데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낸드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상승하며 평균치를 상회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견조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와 경쟁업체보다 앞선 공정 전환을 기반으로 3분기에도 지속적인 강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일 발표한 세계 최초의 3D V낸드 양산도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보기좋게 깬 삼성전자는 차세대 낸드 분야에서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의 경쟁사들보다 공정상 1년 이상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바도 2분기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0.6% 끌어올리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특히 최근 메모리 업황 개선과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도시바는 2년 만에 증산투자에 나선 상황. 지난 6일에는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미에(三重)현에 최첨단 반도체 메모리 합작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도 낸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2 라인에서 낸드 생산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올 연말 기준으로 월간 2만장 이상을 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20나노 공정에서 10나노대 공정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번 보고서에서 "2분기 SK하이닉스의 eMMC, eMCP 출하량이 강세를 나타냈고,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마이크론을 4위로 밀어냈다"며 "3분기에는 출하량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지난 2분기 낸드 플래시에서 6억7800만달러의 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며 4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 1분기보다 4.5% 가량 하락한 것으로 시장점유율 역시 11.7%로 전 분기 대비 2.0%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엘피다 인수 작업을 완료하며 전열을 재정비한 만큼 낸드 플래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무엇보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가 합쳐진 멀티 칩 패키지(MCP)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SK하이닉스의 텃밭인 MCP 시장에 마이크론이 안착할 경우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단기적으로 MCP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SK하이닉스의 가격 경쟁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