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대내외 경기침체에 아랑곳없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양극화 그늘만은 피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 ‘독주’가 빚어낸 모습이다.
팬택은 이달부터 전 임직원의 급여를 자진 삭감키로 했다. 임원들은 20% 이상 최대 35%까지, 부장급 이하 직원들은 10% 이상 최대 20%까지 월급이 줄어든다. 이달 25일 급여통장에 입금되는 월급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12일 “2~3주 내부논의 끝에 지난주 최종 결정됐다”며 “독기를 품겠다는 의미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어떻게든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4분기 내리 적자다. 3분기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 흑자전환의 시기를 4분기로 설정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안살림을 이준우 대표이사에게 맡기고, 외부 투자유치에 매진하고 있다.
팬택은 지난해 LG전자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반납한 데 이어 베가 넘버6, 베가 아이언 등 내놓는 전략작마다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선택을 받지 못하며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회심의 역작이었던 베가 아이언은 메탈 채용이라는 획기적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침체와 맞물려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실망감은 피로도로 변했다.
지난 6일엔 베가 LTE-A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독주하고 있는 LTE-A 시장에 가세했다. 다만 국내 출시는 하루 뒤 뉴욕에서 공개한 LG전자의 G2에 양보해야 했다. 자본의 열세가 직접적 이유였다. 마케팅도 열세다. 2위 탈환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팬택은 베가 LTE-A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 뒤 오는 10월 내놓을 전략작으로 하반기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9일 대규모 본부장급 인사를 통해 내부 전열도 재정비했다. 급여 자진 삭감이라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퇴로를 없앴다.
◇팬택은 지난 6일 '베가 LTE-A'를 공개하며 LTE-A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사진제공=팬택)
LG전자도 사정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한 대작 ‘G2’를 내놓으며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G2 뉴욕 공개 직전 빚어진 후원기사 논란에 9일 서울 한강 난지공원에서 진행된 ‘G in the Cloud’ 행사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빈축만 샀다.
실적도 고비다. 지난 1분기 반짝했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는 2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반토막(-53.9%) 나며 다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4.1%에서 2.0%로 절반 이상 추락했다. 다만 스마트폰 판매량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1210만대)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점은 고무적이다.
LG전자는 하반기도 수익성보다는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시장점유율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쟁에도 가세, 삼성전자 못지않은 돈을 투입할 계획이다. 불안하기만 한 세계시장 3위를 굳히는 한편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를 3강 구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LG G2'를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LG전자)
반면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에는 적신호가 켜졌지만 신흥시장을 노린 중저가 스마트폰의 선전으로 하락폭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이 기존 가전시장 체제로 돌아서면서 생산·유통·마케팅의 강점은 애플을 누르고도 남음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얄미우리만치 삼성이 잘 하고 있다”며 “전차군단이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뿐이고, 이중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의 수익은 삼성이 독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월 기본급의 100%를 목표 인센티브(Target Achievement Incentive: TAI)로 지급하면서 7월의 보너스도 두둑이 챙겼다. 삼성은 TAI 외에도 연간 초과이익에 대해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올 초 지난해 초과이익에 대한 보상으로 2조원대 규모의 성과급을 풀었다. 사상 최대 성적표를 받아든 무선사업부(IM)의 경우 연봉의 50%을 일시불로 받았다. 팬택이 급여를 자진 삭감하며 독기를 품는 데는 ‘삼성전자’라는 목표도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