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아 디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일본식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올 2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온 총수요 압력과 노동비용 및 환율 상승이 외환위기 이후에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단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하락, 민간신용 및 통화량 증가율 둔화,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현재 디플레이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4% 상승에 그치는 등 1%대의 저물가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에 1%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국내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저성장 고착화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중국의 성장둔화와 미국 출구전략, 달러화 강세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도 안정세가 예상돼 저물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에 비해 국내 자산버블의 규모가 작고 경제주체의 기대심리도 인플레이션에 치중해 있어 국내경제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저물가가 지속되는데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며 수요회복을 위한 정책당국의 확장적 재정 및 통화정책, 한국은행의 디플레이션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